[사설] 세계가 물가 폭등 신음… 한국 경제 ‘퍼펙트 스톰’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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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등으로 전 세계가 물가 급등에 신음하고 있다. 30~40년 만에 최고 물가 수준이라고 하는데, 이로 인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글로벌 의존 경제체제인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1%가 올라, 2011년 12월 이후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물가 상승세가 금방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현재 추세가 1~2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 에너지, 금융 분야의 전방위 물가 급등으로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실감 난다.

새 인플레이션 시대, 당분간 지속될 전망
전방위 위기 대응 차기 정부 어깨 무거워

바야흐로 세계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고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전 세계 밀의 30%, 옥수수 20%를 공급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곡물 가격은 이미 급등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이후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59.3으로 사상 최고치였다고 한다. 이 여파로 지난달 미국과 영국의 물가상승률도 각각 40, 30년 만에 가장 높았다. 개발도상국의 파장은 더 심해서 이미 디폴트 선언을 한 스리랑카 외에 물가 급등으로 정치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곳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세계은행은 세계 최빈국의 약 60%가 디폴트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 상황 변동에 특히 민감한 우리나라 물가도 이미 국민의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위협할 정도로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4%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년여 만에 코로나 거리 두기가 풀렸는데, 치솟는 물가 때문에 식구들끼리 맘 편하게 외식 한번 하기도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비등하다. 물가가 계속 오르자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을 대응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14일에 이어 다음 달에도 또 인상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렇게 되면 작년 말 기준 1756조 원인 가계대출의 이자 부담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물가에다 이자 부담에다 국민에겐 겹겹의 고통이다.

우리 경제의 충격을 완화할 정부의 대비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이미 상식이 된 한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에다 물가 급등, 이자 부담으로 인한 가계부채 악화, 글로벌 경제 위축이 겹친 최악의 퍼펙트 스톰 위기가 더해가는 마당이다. 다음 달 출범할 새 정부 경제팀의 어깨가 참으로 무겁다고 할 수 있다. 최우선 과제는 말할 것도 없이 물가 안정이다. 물가 상승 요인을 철저히 점검하면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하나같이 매우 어려운 과제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도 국민의 삶을 책임진 정부가 이를 피할 순 없다. 정부가 더 긴장하면서 최고의 위기대응 태세로 현 상황에 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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