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선] 민주당 ‘검수완박’ 입법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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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공감대 형성 위해 여론 수렴·공청회 거쳐 속도 조절을

지난 18~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가 열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수완박’ 법안을 심사했다. 오른쪽 사진은 대검찰청 청사 검찰 깃발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15일 소속 의원 172명 전원 명의로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발의한 후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이 법안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며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기소권만 남겨 주겠다는 것. 민주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강행키로 해 검찰과 국민의힘 측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여야가 검수완박 입법화를 둘러싸고 ‘강 대 강’ 대치 국면으로 치닫고 있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극심한 정쟁이 우려된다. 원만한 사태 수습을 위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비대해진 검찰 권력 견제 목적
기소권만 남기고 수사권 박탈
민주당, 이달 법안 통과 강행
권한 더 커지는 경찰 역량 의문
경찰에 대한 통제 장치도 없어
졸속·날림 법안이란 지적 제기
법조·학계 등 반대 여론 비등
여야 법안 처리 놓고 충돌 예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 관심
국민 뜻 반영한 검찰 개혁 필요
여야 원점부터 적극 협치해야

검수완박 취지는 검찰 개혁?

검수완박 입법 움직임은 지난 12일 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4월 국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켜 현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 3일 공포를 목표로 발걸음을 서두른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검찰이 가진 6대 중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을 없애고, 경찰의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권도 박탈하는 내용의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6대 범죄는 지난해 1월 단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 남겨졌다.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검찰은 공소 제기와 재판 과정의 유죄 입증, 보완 수사 요구 정도의 역할만 맡게 된다. 그동안 과도한 권한을 갖고 서슬 퍼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검찰 조직을 개혁하는 차원에서 검찰의 힘을 빼겠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통한 형사사법체계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취지로 내세운다.



입법 추진 강행하는 속내는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은 이해가 되지만, 검찰 수사권 폐지 추진은 내용과 방법이 틀리고 시기도 부적절해 보인다. 개정안이 취지와 달리 사법통제장치가 미비한 날림 법안이어서다. 개정안은 6대 범죄사건 수사를 경찰에 넘기도록 했으나, 권한이 더욱 커지는 경찰에 대한 견제나 통제 장치가 없어 문제점으로 꼽힌다. 걸핏하면 국민 불신을 초래하는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경찰이 중대 범죄 수사를 감당할 역량이 충분한지도 의문이다. 심지어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결정할 때 검찰로부터 빼앗은 수사권을 어디에 주겠다는 대안조차 내놓지 못해 당내 반대론이 만만치 않았다. 이 때문에 수사 공백을 걱정하는 지적이 빗발쳤던 사실이 졸속적인 추진임을 여실히 보여 준다.

민주당 의총을 앞두고 나돈 모 의원의 편지에서는 검찰 개혁은 핑계일 뿐 임기 말인 현 정권에 닥칠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 편지는 “시급한 검수완박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고 5월 10일(새 대통령 취임일) 이후 보완책을 마련하자”는 내용으로 당론 채택을 압박했다.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법안 통과와 공포에 급급한 셈이다. ‘내로남불’에 익숙한 이번 정권에서 벌어진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의 원천 봉쇄를 노린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거대 의석의 힘으로 입법화를 밀어붙이려 하자 국민의 공감도, 정당성도 없는 입법 폭주라거나 입법권 남용이란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검찰의 반발과 반대 여론

김오수 검찰총장은 지난 17일 민주당 계획에 항의하며 사직서를 냈다. 사퇴 이유는 검수완박이 이뤄지면 국민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형사사법체계의 마비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폭행, 폭력, 성범죄 등 다양한 사건에서 경찰의 잘못된 수사와 송치가 있어도 검찰이 바로잡을 기회가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특히 검수완박 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는 검찰의 반발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지난 18일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전국 고검장 회의에 이어 19일 전국 평검사 회의가 열려 '범죄방치법'이란 결론 속에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평검사 회의 개최는 2003년 검찰 기수 파괴 인사 파동 이후 19년 만이다. 20일에는 전국 부장검사 회의가 소집돼 검수완박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다른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의 전방위적 반대론도 비등하다. 진보 성향인 참여연대와 민변마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숙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법부를 대표하는 법원행정처와 대한변호사회 역대 회장들까지 검수완박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염려해 반대 의사를 밝혔을 정도다. 거악(巨惡) 세력이 반기고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섣부르고 무책임한 법안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일각의 반대 의견이 여전한 가운데 국민의힘과 정의당,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입법 중단을 촉구한 상태다.



극심한 여야 대치 정국 예고

민주당은 반대 여론을 무시한 채 법안 처리 의지를 굳혀 국회에서 연일 국민의힘과 막말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는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검수완박 추진은 5년간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이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국회 본회의 처리에 맞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의석수 110석에 불과한 국민의힘 능력으로는 검수완박 입법을 저지하기에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여야가 물리적인 충돌을 빚을 경우 국회의 파행은 불 보듯 뻔하다. 경제와 민생 문제가 검수완박 이슈와 정쟁에 밀려 표류한다면 국민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새 정부의 초대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겹쳐 민주당의 드센 검증 공세가 예상된다. 더욱이 민주당은 검사 출신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에게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어 여야 간 극심한 대립이 불가피하다. 한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데다 검수완박 입법 추진을 ‘야반도주’로 표현하며 강하게 비판한 탓이다. 입법이 실현되더라도 법무부 장관이 상설특검법에 따라 직권으로 특검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한 후보에게 부정적인 만큼 인사청문회는 살얼음판이 될 전망이다.



국민 위한 개혁 진행이 해답

민주당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검수완박이 입법화되면 윤석열 정권에도 방패막이가 될 수 있어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민의힘이 끝까지 민주당의 입법 추진 반대에 사활을 걸지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이처럼 국민의 뜻과는 무관한 검수완박 법안의 국회 통과 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혼란 상황을 정리하는 게 옳지 싶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검찰총장의 사표를 반려하며 “검찰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말에 책임을 져야 마땅하지 않은가.

민주당의 행보는 물론 검찰이 집단 반발하는 모습 역시 국민들 눈에는 마뜩잖은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권력기관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조직 이기주의로 비치는 까닭이다. 과거 검찰은 수시로 정권 입맛에 따라 비판 세력을 향해 정의롭지 않은 칼을 휘두른 일이 잦았다. ‘정치 검찰’이나 ‘정권의 시녀’라며 빗댄 용어가 이를 웅변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도 있다. 검찰이 높아진 국민 의식 수준에 맞춰 기득권 유지나 조직 보호보다는 특권 의식을 없애는 자정 노력을 기울이며 독립성과 공정성·중립성 확보를 선행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국민이 원하는 개혁의 방향일 테다. 이를 위해 민주당 독주의 검수완박 대신에 여론 수렴과 공청회를 거친 공감대 형성과 여야 합의가 필수적이다. 국민의 뜻을 반영한,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이 진행되도록 여야가 원점에서부터 적극 협치하기를 바란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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