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장례 불편 없앤다” 거제시도 공설 화장장 추진
경남 거제시가 ‘공설 화장장’ 건립에 나선다. 고령화로 화장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현실에 원정 장례에 따른 불편이 큰 데다, 화장료 인상으로 시민 부담도 커져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혐오시설이라는 인식도 여전해 대상지 선정부터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화장 시설 이용에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공설 화장장 건립 요구 여론도 고조되는 상황이어서 타 지자체에 미칠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양산시도 화장장 건립 여론수렴 절차(부산일보 4월 8일 자 10면 보도)를 다시 밟고 있다.
화장비율 늘지만 관내 시설 전무
관외자 탓에 제때 이용 못 하고
사용료도 5~10배 더 지불해야
혐오시설 인식에 입지 선정 난제
3월 말 기준 경남 18개 시·군 중 화장장이 있는 지자체는 창원(2곳), 김해, 진주, 통영, 사천, 밀양, 고성, 남해, 함안 등 9곳이다.
거제시에 따르면 최근 장묘 문화의 변화로 2018년 75%였던 화장 비율이 2020년 82%로 증가했다. 지난해도 거제지역 전체 사망자 1185명 중 906명이 매장 대신 화장을 선택했다. 지금의 추세라면 2030년에는 화장률이 94%(1635명 중 1544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지역에 시설이 없어 ‘원정 화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작년엔 443명(49%)이 통영시추모공원 화장장을 이용했다. 158명(17%)은 고성, 102명(11%)은 진주·사천, 나머지 202명(22%)은 창원 등 더 먼 지역까지 가야 했다.
그나마 제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화장장 예약은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예약시스템 ‘e하늘 장사정보’를 통해야 한다. 그런데 시설이 있는 지역 주민에게 우선권을 주는 탓에 일정을 잡는 것부터 쉽지 않다.
지난달 장례를 치른 거제시민 정상술 씨는 “출상일에 맞춰 통영 화장장 예약을 잡으려 했더니, 지역민 우선 원칙이라 관외자는 빈자리가 있어도 하루 전까지는 예약이 불가능했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고성을 알아봤지만 마찬가지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비용도 부담이다. ‘원정 화장’은 관내 지역민에 비해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특히 거제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통영 화장장은 올해 새 화장장을 준공하면서 대대적인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관외 거주자 비용이 45만 원에서 80만 원으로 배 가까이 올랐다. 통영시민은 10만 원만 내면 된다.
2014년 통영시가 ‘화장장 현대화사업’을 준비할 당시 거제시가 사업비 일부를 부담해 거제시민도 할인 혜택을 받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분담금 규모를 놓고 설왕설래하다 결국 무산됐다. 거제시는 지난해 화장비 지원 조례를 개정해 지원금을 2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확대했지만, 원정 화장에 따른 시간과 비용 등 직간접적 손실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는 복지부의 ‘제3차 장사시설 수급 및 종합계획(2023~2027년)’을 토대로 공설 화장장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계획에 반영되면 사업비의 일부를 국비로 지원 받을 수 있다. 올해 화장장 현대화 사업을 완료한 통영의 경우, 전체 사업비 199억 원 중 41억 원을 국비로 충당했다.
관건은 입지 선정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건립 시도가 있었지만,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강해 번번이 무산됐었다. 때문에 이번에는 시민이 참여하는 ‘(가칭)화장장건립위원회’를 구성해 갈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위원회를 통해 입지 선정, 응모 자격, 인센티브, 지원 규모 등 제도적 절차와 기준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르면 오는 9월 타당성 용역에 착수한다. 건립 목표는 2027년이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화장장 건립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누구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섣불리 추진하기도 어려웠다”며 “경쟁에 의한 후보지 공개 모집과 부지 선정, 타당성 조사 등 최종 결정까지 지역 주민의 동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