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중 공사만 10여 곳… 해운대 구남로 ‘명소’ 삼켜 버렸다
부산 대표 관광지인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구남로 일대에 고층 주상복합아파트와 생활형숙박시설, 오피스텔 신축 공사가 우후죽순 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시장 활황과 맞물려 2020년 이후 착공된 곳이 대부분으로 현재 공사 현장만 10여 곳에 이른다.
주상복합아파트·생활형숙박시설
주변에 온통 고층 건물 공사 한창
해운대원조할매국밥 한 곳 영업
유명 ‘국밥 거리’ 사실상 사라져
일부에선 부산 주요 관광지가 주거 등 목적의 고층 건물로 잠식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부산 해운대구 중동 옛 해운대 소고기국밥 거리. 한때 이곳은 소고기국밥 전문 음식점 5곳이 몰려 있어 관광객들이 즐겨 찾던 명소였다. 하지만 현재 이곳에선 632세대 주상복합아파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건축물 시행사가 국밥 가게 용지를 대부분 매입하면서 국밥 거리는 사실상 사라졌다. 지금은 1962년 문을 연 ‘해운대원조할매국밥’ 한 곳만 남아 영업을 하고 있다.
이 가게 김옥순(63) 사장은 “예전에는 국밥 거리가 형성돼 많은 사람이 찾아왔는데 이젠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국밥 거리가 사라져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이곳 맞은편에선 329실 규모의 생활형숙박시설이 올 8월 준공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예전 ‘해운대 약속 장소’로 유명했던 옛 스펀지 부지에도 548세대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선다. 준공이 올 7월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20일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구남로 일대에는 생활형숙박시설 5곳(총 1192실), 아파트·오피스텔 6곳(총 1978세대), 비즈니스호텔 2곳(총 759실) 등 총 13곳에서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13곳 가운데 11곳이 ‘부동산 불장’으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2020년 이후 착공했다.
구남로 일대는 해운대해수욕장과 가깝고 부산도시철도 2호선 해운대역을 이용할 수 있어 부동산 업계에선 좋은 입지로 평가된다.
또 대부분 상업지역으로 건폐율과 용적률 등이 높아 고층 건물 건립이 가능하다. 해운대해수욕장과 인접한 일부 상업지역은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아파트가 들어설 수 없고 호텔 등만 가능하지만, 나머지 상업 지역은 건축물 용도가 비교적 자유롭다.
이에 따라 시행사나 건설사들이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 부지 매입에 나서 현재 주상복합아파트와 생활형숙박시설 등을 건립하고 있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구남로 일대는 해운대구 내에서 좌동이나 우동에 비해 개발이 덜 된 곳으로 바다 조망과 편리한 교통,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췄다는 점에서 좋은 입지로 평가받으며 건설사들의 개발이 집중되고 있는 곳”이라며 “특히 최근 들어서는 생활형숙박시설이 많이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고층 건물을 두고 난개발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상업지역은 이격 거리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고층 건물이 난립하면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가 불가피하다. 아파트와 생활형숙박시설, 오피스텔이 밀집하면서 교통난도 우려된다.
박 모(31) 씨는 “전국적 관광지인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아파트와 생활형숙박시설, 오피스텔 등 고층 건물만 들어서 꽉 막힌 느낌”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성현 기자 kk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