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63) 중량감을 덜어낸 공간의 본질, 김인겸 ‘Space-less’
올해 개최되는 베니스비엔날레는 코로나19의 힘든 상황을 겪어낸 시대의 끝자락에 열리게 되었다. 작가를 시작으로 많은 미술인들이 희망이 더 선명해지기를 바라기에 이번 베니스비엔날레에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처음으로 들어선 한국관은 ‘한국 현대미술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이라는 의미 이상으로, 한국미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위상을 펼쳐갈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졌다. 윤형근, 곽훈, 전수천 그리고 김인겸 작가가 참가했으며, 특히 김인겸 작가는 이듬해인 1996년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파리 퐁피두센터에 초청을 받았다. 이것이 작가가 프랑스로 건너가는 계기가 됐다.
김인겸(1945-2018)은 조각을 넘어선 조형언어의 본질에 대해 입체적인 개념으로 창작활동에 전념하였다. 1980년대는 한국 고유의 미적 감각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하는 작업을 시도했고, 1990년대에는 조형에 대한 영혼성과 본질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서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해나갔다.
2000년대에는 프랑스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일상에서 얻어지는 오브제들을 이용해 접고 만들어가는 입체적인 작업을 이어갔고 드로잉에도 집중했다. 특히 물감, 종이, 철판 등 다양한 재료를 접어서 공간을 만드는 작업에 집중하고 다양한 조형언어의 실험을 이어갔다. 드로잉 시리즈 중에 2차원 평면 위를 부드러운 스퀴지로 종횡하며 간결하고 투명감있는 공간 작업으로 완성해내는 것이 특징이다. 장식적인 성질을 거부하고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 단순미를 극대화함으로써 시선과 감성을 집중시킨다.
‘Space-less’시리즈는 2008년부터 선보이기 시작했으며 기존의 평면작업에서 공간에 대한 문제로 확대하여 접근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조각을 떠난 조각 혹은 정신적인 영역으로 열어가는 조각으로, 작가만의 개념을 저변에 두고 예술적 정점을 향한 시도를 이어간다. 이 작품은 스테인리스 스틸의 색감과 재질을 그대로 드러내며 마치 원통을 두 개 접합시켜 압축시킨 형태로 평면처럼 보이는 착시적 입체 조각이다. 한편 2017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개최된 전시가 김인겸의 생애 마지막 전시였다.
정종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