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경의 쏘울앤더시티] 부산시장의 경쟁력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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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6·1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부산시장 선거가 국민의힘 박형준 현 시장과 더불어민주당 변성완 전 시장 권한대행, 김영진 정의당 부산시당위원장의 3파전으로 가닥이 잡혔다. 대한민국 제2 도시의 시장을 뽑는 선거 대진표가 정해졌는데도 분위기는 좀체 뜨지 않는다. 경기도지사 선거가 대선급 주자들이 뛰어들어 미니 대선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4·7 보궐선거로 시장에 당선돼 취임 1년을 갓 넘긴 박 시장이 국민의힘 단일 후보로 정해진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변 전 시장 권한대행이 단독으로 공천 신청하고 후보로 정해진 것은 변 후보의 자질과 위상 여부를 떠나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 17일 부산시민공원에서 진행된 변 후보 출정식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현역 국회의원이나 일부 지역위원장들이 빠진 채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전도 없고 감동도 없는 맥 빠진 후보 선출 과정이 만든 결과다.


박형준 vs 변성완 대진표 나왔는데

시장 선거 분위기 좀체 뜨지 않아

경기지사 미니 대선 열기와 대조적

 

차기 정부 균형발전 강조 기대에도

부산의 도시 위상 추락 현재진행형

치열한 정책 대결로 반전 모색해야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해 4·7 보궐선거에서 박형준 후보가 62.67%의 압도적 표차로 승리를 거둔 데다 오거돈 시장의 불명예 퇴진과 대선 패배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박 시장은 취임 후 17개 광역단체장 업무수행평가에서도 꾸준히 3~4위로 상위권을 유지하며 하위권에 머물렀던 이전 시장들과 달리 시민들의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 침체가 오 시장 개인의 일탈이나 정치 지형의 변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부산 시민들은 부산시장과 시의회는 물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까지 더불어민주당을 화끈하게 밀어줬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단체 출범 후 23년간 보수의 아성이었던 부산을 진보 진영으로 완전히 갈아 치운 것이다. 시민들은 지방 권력 교체를 통해 추락하는 부산의 반전 드라마를 기대했으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전 보수 진영 시정의 정책 뒤집기에만 바빴을 뿐 새로운 비전이나 정책적 성과를 보여 주지 못했다. 오 시장이 내세운 도시 비전 ‘시민이 행복한 해양수도 부산’에서 시민들은 생활 속 행복도 해양수도 부산의 미래도 보지 못했다. 집권 여당의 힘으로 가덕신공항을 다시 살려 낸 정도가 성과라면 성과다.

진보 진영의 추락이나 박 시장의 1년 시정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여전히 절박한 부산의 현실을 감안하면 달아오르지 않는 부산시장 선거전은 침체된 부산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다. 지방자치제도의 꽃이 지방선거다. 선거를 통해 후보들은 도시의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 경쟁을 통해 도시 발전의 새로운 계기를 만든다. 경쟁이 없는 도시가 발전할 리 만무하다. 부산은 지난해 9월 국내 7대 도시 중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일자리는 없고 젊은이들은 떠나는 암울한 현실에 대한 통계적 낙인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월 고용지표에서도 코로나 이후 전국의 취업자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3만 1000명이 늘어나 고용 회복세가 뚜렷한데 부산의 취업자 증가는 1만 3000명에 그쳤다. 그나마 경제적으로 중요한 제조업 취업자는 오히려 줄었고 늘어난 취업자도 대부분 임시근로자로 불안정한 일자리였다. 부산의 추락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이야기다.

박 시장은 취임 후 ‘그린 스마트 도시 부산’을 비전으로 내걸고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15분 도시를 기반으로 한 생활 속 시민 행복, 지·산·학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 등에 나서고 있다. 또 윤석열 차기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중요한 국정 목표로 내세우고 수도권에 맞설 국가 성장축으로 부울경 초광역경제권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부산의 굵직한 현안들에 대해 박 시장과 코드를 맞춰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것도 지역으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박 시장의 정책 행보가 시민들의 구체적 삶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는 아직 이르다. 차기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도 역대 정부의 사례에서 보듯 구체적 실행 단계에 접어들면 여러 암초를 만난다. 수도권의 조직적 저항도 만만찮을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달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시민 초청 토크콘서트’에서 “70~80%의 부산 시민이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어하는 도시 부산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변 후보도 출마 선언문에서 자신의 도전이 부산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것이고 시민들의 일상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1 개월여 남은 선거기간 두 후보가 공통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시민들의 행복을 위한 구체적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선거전을 펼쳐 부산이라는 도시에 영혼을 불어넣기를 기대해 본다. 제2 도시의 위상이 끝 없이 추락하고 있는 마당에 보수와 진보의 승패가 무슨 대수란 말인가.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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