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거제시장 경선 컷오프 후폭풍…김한표 “정치적 폭거”
“공정과 상식을 훼손한, 비겁하고 치졸한 정치적 폭거다.”
경남 거제시장 선거 국민의힘 경선 1차 컷오프(공천 배제)를 둘러싼 후폭풍이 심상찮다.
도당 공천관리위원회 심사 결과에 반발한 탈락자들이 잇따라 이의를 제기하며 중앙당에 재심을 청구했다.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경선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 경남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1일 김범준(53) 거제정책연구소장, 박종우(51) 거제축협장, 정연송(62) 거제비전연구소 이사장 3명을 대상으로 거제시장 후보 경선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함께 공천을 신청한 김한표(67) 전 국회의원, 신금자(69) 시의원, 윤호진(57) 거제미래개발전략연구원장, 황영석(64) 칼럼니스트는 컷오프됐다.
이를 두고 김 전 의원은 “불공정 경선”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그는 “여론조사 1등 후보를 경선에서 배제하는 것은 비겁하고 치졸한 정치적 폭거”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김 전 의원은 경전 전 공표된 4번의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기록했었다.
특히 공관위가 경선 배제의 결정적 이유로 삼은 뇌물수수죄에 대해 “정치적 탄압으로 얼룩진 과거사”라고 해명했다.
그는 “20년 전 16대 총선에서 검찰총장 출신 김기춘 후보와의 접전 뒤에 일어난 억울한 사건”이라며 “IMF 때 서울 상도동에서 살던 집을 헐고 새집을 짓다 자잿값이 너무 올라 공사대금으로 빌린 돈을 뇌물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무소불위의 사법 권력 앞에서 선거에 패배한 뒤 힘없는 제가 짊어져야 할 주홍글씨가 되고 말았다”면서 “필요하면 당시 증언들을 언제든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살아나 거제시민 여러분에게 마지막 봉사를 다 하겠다”며 “이미 중앙당 공관위에 이의신청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엔 특단의 결심을 하겠다”고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신금자 시의회 부의장도 도당 심사 결과에 불복해 중앙당 재심을 청구했다.
신 부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선거의 궁극적인 목표는 승리인데 이번 경선을 보면 승리인지 필패인지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식 여론조사도 없이 3명으로 압축된 과정과 범죄 전력도 없는데 배제된 사유를 이해키 어렵다”면서 “당에 대한 충성도나 기여도를 보더라도 경선 대상 3인보다 훨씬 앞서는데도 탈락한 건 공정과 상식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과 상식은 멀리 있지 않다. 공정한 룰이 적용되고, 그 과정이 이해되면 그것이 상식”이라며 “힘들고 처절한 마음으로 중앙당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세계 굴지 조선소 2곳의 사업장이 있는 거제는 명실상부 ‘조선도시’다.
진보·야권 성향의 조선업 종사자들이 전체 인구 7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정작 정치색은 철저히 보수였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고 1995년 민선 단체장 시대가 개막된 후 줄곧 보수당이 집권했다.
그러다 2017년 조기 대선 이후 대통령 2명을 배출한 ‘정치 명당’으로 급부상하면서 민주당 시대가 열렸다.
시장은 물론 지방의회까지 처음으로 다수당 지위를 꿰찼다.
비록 총선에서 져 기세가 꺾였지만, 이번 대선을 통해 다시 자신감을 얻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44.69%를 득표하며 김해에 이어 경남에서 두 번째로 많은 지지를 얻어서다.
최근 남부내륙철도, 한·아세안국가정원, 대우조선해양 매각 이슈 등 굵직한 현안들을 해소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만큼 충분히 해볼 만한 게임이 됐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변광용(56) 현 시장을 단수 후보로 공천해 본선 채비를 마쳤다.
공천 배제된 중량급 인사가 무소속을 출마를 강행할 경우, 본선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