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은 시작에 불과… 몰도바까지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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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 키시나우에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 센터. 러시아가 몰도바에서의 분리독립을 선언한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세력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러시아의 침공이 우크라이나에 이어 다른 나라로까지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PA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돈바스 전역과 남부를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2단계 목표를 제시하면서,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에 대한 야욕까지 드러내 몰도바가 러시아의 다음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러시아가 다른 나라들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몰도바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러시아의 다음 표적지로 떠오르면서 몰도바 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 점령 야욕
NYT “러 표적지, 긴장 고조”
‘제2 돈바스 될 수 있다’ 우려
젤렌스키, 푸틴에 회담 또 제안

전날 러시아군 중부군관구의 부사령관인 루스탐 민네카예프 소장은 “이틀 전 시작된 (우크라이나)특별 군사작전 2단계에서 러시아군의 과제 가운데 하나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과 남부 지역을 상대로 완전한 통제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억압받는 트란스니스트리아로 나아갈 수 있는 출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트란스니스트리아가 '제2의 돈바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1991년 소련 붕괴 후 몰도바와 원래부터 다른 나라였다며 분리·독립을 선언했으나, 몰도바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내전으로 이어졌다. 전쟁은 러시아의 개입으로 곧 멈췄고, 러시아는 몰도바와의 협정에 따라 1992년부터 트란스니스트리아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수천 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 지역에는 50만여 명의 주민이 있고 이 중 약 30%가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국기로 내세우는 자체 기에 소련을 상징하는 낫과 망치를 넣을 만큼 친러시아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몰도바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독립적인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가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나 돈바스와 여러 모로 유사해, 몰도바는 이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음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22일 러시아측의 발언 직후 몰도바 정부는 즉각 러시아 대사를 소환해 “수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근거도 없는 발언”이라고 강력 항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사령관의 발언은 내가 여러 번 말한 것을 확인할 뿐”이라며 “몰도바에서 러시아는 러시아어를 쓰는 이들의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해 왔다”고 지적했다.

NYT는 몰도바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헌법에 명시한 ‘중립주의’를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몰도바는 지난달 유럽연합(EU) 가입을 신청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도 추진 중이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돈바스와 남부를 완전 장악하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마지막 항전이 이어지고 있는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대해 “파리 한 마리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라”고 지시한 지 이틀 만인 23일 아조우스탈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또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오데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 생후 3개월 아기를 포함한 8명이 숨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 지하철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3개월 아기의 사망을 언급하며 러시아군을 향해 “그저 개자식들이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누가 됐든 전쟁을 시작한 사람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회담을 거듭 제안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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