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총기 관련 사건·사고가 증가하면서 지난 2020년 처음으로 20세 미만 사망 원인 가운데 총기가 차량 충돌이나 약물 남용, 암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7일(현지시간)에도 미국 피츠버그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하우스 파티를 벌이던 도중 총격이 벌어져 2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미국 NBC방송은 22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실린 연구레터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사망 관련 자료를 인용해, 지난 2020년 미국에서 총기와 관련된 부상으로 사망한 20세 미만은 4300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수치만 보면 전년보다 29%나 증가했다.

2020년 사망자 4300명 넘어
차량 충돌·약물 중독 첫 추월

반면 그동안 20세 미만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던 차량 관련 사망자 수는 차량 안전이 개선되면서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 2020년 차량 충돌로 인해 숨진 20세 미만은 약 3900명이었다.

이 연구레터의 공동 저자인 제이슨 골드스틱 미시간대학 연구부교수는 “아이들 사이에서 총기 관련 부상이 차량 충돌 부상을 능가한 것은 지난 40년 만에 처음”이라면서 “그 이전에도 없었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20세 미만 총기 관련 사망의 경우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보다 타인에 의한 살인이 다수를 차지했다. 2020년 총기 살인에 의해 숨진 20세 미만은 전년보다 3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스틱 부교수는 “우리는 방지할 수 있는 죽음으로부터 젊은이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면서 “자동차를 금지하지 않고도 차량 충돌을 줄였던 것처럼 총기를 금지하지 않고도 총기 부상 비율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18세는 돼야 총기를 구매할 수 있다. 골드스틱 부교수는 “아이들이 총기를 구매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총기에 접근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총기 소유가 증가해 지난 2019년 1월부터 2021년 4월 사이에 500만 명 이상의 18세 이하 미성년자가 새로 총기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또 방송은 팬데믹으로 인한 학교 폐쇄와 부모의 감독 부재가 이런 경향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