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수완박’ 여야 합의 후폭풍, 국민 설득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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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면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둘러싼 극한 대치 국면이 파국을 피했다. 그동안 두 정당이 민생은 제쳐 둔 채 물러섬 없는 진영 싸움에 혈안이 됐다는 우려가 컸던 만큼 이번 합의는 일단 다행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각 당 내부에서조차 “야합”이라는 반발이 거세고 검찰은 초유의 수뇌부 총사퇴로 예민한 반응을 표출하는 등 후폭풍이 심각하다. 이번 합의가 ‘갈등의 해소’라기보다는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권력 기관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여야 타협의 의미 역시 이 대원칙에 대한 합의라고 봐야 한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 속 속도 조절 타협
중재안 후속 조치 차질 없이 진행해야

이번 중재안의 핵심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를 목표로 하되 그 속도를 줄이는 데 있다. 당장은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가 6대 중대 범죄 중 부패·경제범죄 두 분야로 한정되는데, 나중에 한국형 FBI로 불리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구성돼 1년 6개월 안에 중수청을 발족시킨다는 것이 대강의 로드맵이다. 이 과정에 난제들이 얽혀 있다. 검찰 수사권이 분산되는 경찰과 공수처, 중수청 등 수사기관의 중립성 확보, 그리고 권력 비리 감시 강화라든지 과잉·부실 수사에 대한 견제 장치 마련 등 보완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개혁의 대상이 된 검찰의 반발이 충격적인 지휘부 집단 사표로 확대되는 양상은 우려스럽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반려된 사표를 다시 제출했고 대검 차장검사와 고검장도 모두 사직서를 냈다. 검찰의 이런 예민한 반응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나 바람직하지는 않다. 법안 논의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는 마당에 집단행동까지 불사하는 모습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검찰이 보여 줘야 할 일은 개혁안이 나오게 된 지난날의 행태를 반성하고 합리적 대안 제시를 위해 먼저 노력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 합의를 정치권의 ‘꼼수’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법안 독주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타협을 선택한 것이고, 국민의힘은 물리적 저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라도 지키고 수사권 완전 박탈 시기를 늦추는 차선책을 골랐다는 것이다. 여야가 꼼수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이제는 국민들을 위해 차근차근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펼치는 게 도리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국민의 검찰을 만드는 데 있다. 여야는 이번 합의의 취지에 따라 후속 조치들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대한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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