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도전 끝에 창업… “키즈 종합 플랫폼 향해 달려 갑니다”
[Up! 부산 스타트업] (주)애기야가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갈 식당, 즐길 거리를 찾는 일이 만만하지 않다고 말한다. 아이 출입을 금지하는 ‘노 키즈 존’은 아닌지, 아직 어린 내 아이와 동반 입장하려면 이용료는 얼마이고, 주차장은 있는지까지 고려할 요소가 산더미다. 키즈 액티비티 플랫폼 ‘애기야가자’를 운영하는 (주)애기야가자 오세정(33) 대표도 두 아이의 아빠로서 같은 고민을 창업 아이템으로 발전시켰다.
아이와 갈 만한 곳 보여주는 플랫폼
여행·숙박 ‘야놀자’의 키즈 버전
1분기 70만 명 넘어… 작년 매출 돌파
무서운 성장세 속 ‘협업 요청’ 쇄도
■키즈 계의 ‘야놀자’를 꿈꾸며
애기야가자의 성장세가 무섭다. 올 1분기 가입자 수는 70만 명을 넘었고, 매출액도 1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매출을 돌파했다. 애기야가자는 아이와 함께 먹고, 자고, 즐길 수 있는 모든 곳을 소개하는 플랫폼이다. 그래서 애기야가자의 목표도 키즈 계의 ‘야놀자’다. 야놀자는 여행 숙박 플랫폼으로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오세정 대표는 “‘야놀자’가 성인 대상의 숙박, 티켓, 입장권 등을 판매하는 종합 플랫폼인 것처럼 애기야가자는 야놀자의 키즈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며 “‘아기주민증’을 등록한 회원도 15만 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아기주민증은 주민등록증처럼 아이의 사진과 개월 수를 표시한 애기야가자만의 회원증이다. 아이 개월 수에 따라 할인을 받거나 무료입장을 할 수 있지만 일일이 등본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보완해 부모 사이에 호응을 얻었다.
애기야가자는 우연한 경험에서 출발했다. 부산 남포동에서 가족과 갈 곳을 찾던 중 오 대표 부인이 “왜 숙박, 음식, 배달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플랫폼은 많은데 아이와 함께 갈만한 곳을 한 번에 보여주는 서비스는 없지?”라고 질문을 한 거다. 그는 “듣자마자 이걸로 창업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회사 이름도 아내가 즉석에서 지었다”고 웃었다.
■3번째 도전 끝에 창업으로
오 대표의 창업기는 파란만장하다. 애기야가자는 3번째 도전 끝에 창업한 회사다. 건설 현장 일용직부터 택배 상·하차, 호텔 객실 청소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에 성공했다.
첫 직장은 전국구 광고대행사의 대구지사 영업직이었다. 이후 새로운 도전을 꿈꾸며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다. “호주 현지 포도 농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빌딩 청소도 하고 나중에는 빌딩 구역 청소권을 사서 직접 운영해보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이가 덜컥 생기면서 귀국을 결심했죠”
2년간의 호주 생활을 정리하고 부산 IT 기업 ‘제로웹’에 취직하면서 부산에 정착했다. 광고 영업 경험을 살려 빠르게 승진도 하고 빅데이터 관련 신산업을 총괄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로 발탁되기도 했다.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해보니 사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실행해보는 게 짜릿하고 재밌었습니다. 그래서 4년의 직장생활을 접고 창업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막상 회사를 박차고 나와보니 이미 있던 자원으로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가는 것과 제로에서 시작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기간에 이미 두 아이의 아빠였던 만큼 각종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첫 창업 아이템은 ‘일용이’ 앱이었다. 인력사무소의 온라인화였는데, 기존 시스템을 뛰어넘지 못하고 기획에만 그쳤다. 두 번째 아이템은 유휴 자판기를 광고 매체로 변신시키는 아이디어였다. 자판기에 광고주가 광고하고, 소비자가 광고를 다 보면 커피 한 잔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콘셉트였다. 아이디어는 좋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업화되지는 못했다.
■부산 키즈카페서 출발 전국 진출
애기야가자는 SNS로 소박하게 출발했다. 부산 키즈카페, 아이와 갈만한 박물관 같은 실제 방문한 곳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2~3개였던 ‘좋아요 숫자가 20~30개가 되고, 아이 부모들이 팔로우를 거듭하면서 관심을 조금씩 모았다.
2019년 6월 사업자 등록을 내고, 이후 제로웹에서 만난 직원들이 하나둘씩 의기투합해 회사에 합류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500명으로 늘어났을 때 앱이 탄생했다. 2019년 당시 부산 키즈카페가 204곳이었는데, 방문·전화 영업 끝에 182곳의 키즈카페를 소개할 수 있었다.
“키즈카페 사장님께 돈을 받아 수익을 내는 모델이 애초부터 아니어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키즈카페를 무료 소개하면서 회원 수를 늘렸고,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 단위로 아이와 갈 만한 장소 소개로 확장하면서 회원 수가 더 늘어났죠. 부모 회원들의 정성어린 리뷰가 보태져 더 성장했습니다.”
애기야가자를 향해 손을 내미는 회사도 늘고 있다. “감사하게도 호텔, 테마파크, 여행플랫폼, 키즈 의류 등 다양한 곳에서 컬래버 요청이 와서 함께 협업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올해는 회원 수 250만 명, 시리즈 A 투자 유치가 목표고요. 애기야가자가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주인공 박신양 배우의 유행어에서 시작된 만큼 앞으로 제작한 광고 모델로 꼭 박신양 님을 섭외하고 싶습니다.” 오 대표가 호쾌하게 웃었다.
애기야가자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니는 세상을 만듭니다’는 캐치프레이즈처럼 키즈 종합 플랫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