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FBI’ 설치가 핵심, 검찰 직접 수사권 점진적 폐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주요 내용 살펴보니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이 이대로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된다면 지난 70여 년간 이어졌던 국내 형사사법체계는 대전환을 맞게 된다. 궁극적으로 검찰은 수사 주체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공소제기·유지, 보완 수사 역할만 맡는다. 검찰 수뇌부는 여야 중재안 합의에 반발하며 검찰총장부터 일선 고검장들까지 총사퇴했다.

24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놓은 검수완박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자는 민주당의 요구를 그대로 담아내는 대신 검찰의 보완 수사권은 일부 유지했다.


부패·경제 범죄만 한시적 수사
전국 검찰 특수부 3개로 감축
공소 제기·유지, 보완 수사만
검찰 수뇌부 강력 반발 ‘총사퇴’

현재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가운데 부패와 경제범죄만 한시적으로 수사가 가능한 대상으로 남긴다. 개정안이 공포 4개월 후 시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9월부터 검찰은 부패·경제범죄만 수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 부패·경제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도 없어진다. 여야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중수청 설치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사개특위는 구성 후 6개월 내 입법을 마치고, 입법 후 1년 내 중수청을 발족하기로 했다. 모든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진다면 내년 11월께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전국 검찰청에 6개 남은 특별수사부(현 반부패강력수사부)를 3개로 감축하고, 특수부 검사 인원도 제한하기로 했다. 그간 검찰 특수부가 맡았던 수사 역시 민주당이 ‘한국형 FBI’로 밀고 있는 중수청이 맡게 된다. 중수청의 역할이 대폭 커질 전망인 만큼, 중수청을 어느 부처 산하에 둘지도 관심사다. 공수처처럼 별도의 독립 기관으로 만들 수도 있다.

중재안은 또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찰의 보완 수사권은 유지하되,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는 금지했다.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검찰이 시정조치를 요구한 사건에 대해서도 이른바 ‘별건 수사’를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찰이 직접 피의자·참고인 등을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은 중재안 합의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오수 검찰총장을 필두로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등 현직 고검장 6명도 전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입장문을 통해 “2020년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개정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에서조차 서민 보호와 부정부패 대응에 많은 부작용과 허점이 드러났다”며 “면밀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 없이 급하게 추가 입법이 되면 문제점들이 심하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5일 오전 검수완박 중재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긴급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을 연다. 변협은 “중재안이 검찰개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효과적이지 않고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며 “법률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고루 수렴하지 않아 졸속 입법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