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마을 소방도로 현장 ‘안전사고 우려’… 구청은 나몰라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철거물과 쓰레기가 방치돼 있는 천마마을 소방도로 공사 중단 현장 모습.

부산 사하구 천마마을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소방도로 건설 사업이 착공 지연에 이어 이번에는 도급업체 부도로 공사마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하구청은 공사현장마저 그대로 내버려 두면서 주민들이 안전사고 위험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오후 취재진이 찾은 천마마을 내 소방도로 공사 중단 현장에는 제대로 된 안전장치를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곳곳에 내다버린 쓰레기로 넘쳐났고 철근, 전선 등 건축 폐자재가 나뒹굴고 있었다. 주변 정비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마을 주민들은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었다. 공사 현장과 인근 빌라 사이 거리는 채 1m도 되지 않아 비가 오면 토사가 그대로 인근 주택가로 흘러 들어갈 수 있는 상황도 우려스러웠다. 한 주민은 공사가 어떤 이유로 중단됐는지 아예 모르고 있었다.

도급업체 부도로 공사 포기 후
안전장치·주변 정비 없이 방치
건축 폐자재·쓰레기 나뒹굴고
토사 흘러 하수구 막힐 위험도
사하구청 “추가 조치 취할 계획”

부산 사하구청에 따르면 천마마을 내 소방도로를 건설하던 도급업체가 올 3월 부도가 났고, 이 업체는 급기야 지난 14일에 공사를 포기하겠다고 구청에 전했다. 해당 사업이 진행되는 사하구 감천2동 천마마을 일대는 고지대로 도로 정비가 미흡해, 위급 상황 때 소방이나 지자체의 빠른 대응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에 사하구청은 주민 안전을 위해 소방도로 건설을 추진했다. 소방도로 건설 사업은 2017년 도시재생 뉴딜사업 일환으로 결정됐으며, 예산은 142억여 원이 투입된다. 소방도로는 옥천로 104부터 감내1로 26 구간으로 길이 666m, 너비 8m로 완공될 예정이다.

그러나 소방도로 공사는 초기부터 순탄치 않았다. 애초 2020년 3월 착공 예정이었으나 토지보상 협의가 길어지면서 약 1년 6개월간 첫삽을 뜨지 못했다. 사하구청은 2021년 10월이 돼서야 보상이 완료된 구간부터 겨우 공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급업체의 경영 문제 때문에 소방도로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5개월 만에 공사가 중단된 셈이다.

공사가 멈추면서 소방도로 사업 전반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현재 소방도로 공사는 공정률 10% 정도이다. 내년 9월 도로가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이마저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구청이 당장 소방도로 공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새 업체를 찾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공사 중단의 피해는 오롯이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공사현장 옆 빌라에 사는 주민 윤 모(69) 씨는 "바람이 세게 불면 흙이랑 돌이 빌라 옥상으로 날아온다"며 "공사가 중단됐으면 구청이 마을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빠르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방치된 공사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도 걱정하고 있다. 감천2동 주민 진 모(72) 씨는 "비가 많이 내리면 토사가 흘러 하수구가 막힐 위험이 있다"며 "구평동 산사태 같은 사고가 일어나 주민들이 피해를 입으면 구청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 이 모(79) 씨도 "공사가 중단되면서 철거물이랑 쓰레기가 방치돼 마을이 엉망이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하구청은 공사 진행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안전 문제도 크게 염려할 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하구청 재무과 관계자는 "새 업체를 선정해 공사도 조만간 재개할 계획"이라며 "공사 관련 추가 비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하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안전 문제를 우려해 감리를 두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글·사진=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