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미술관이 손을 내밀었다, 같이 움직이며 즐겨 보자고
춤추고, 종이를 뿌리고, 땅바닥에 뒹굴고. 지난 금요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한판 난장이 벌어졌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작품을 감상하던 그 미술관이 맞나 싶다.
부산시립미술관은 22일 전시 ‘나는 미술관에 ● ● 하러 간다’ 오프닝 기념 공연으로 현대 무용가 안은미와 안은미무용단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나는 미술관에 ● ● 하러 간다’는 여가를 주제로 기획한 것으로, 미술관만의 ‘대안적 여가’를 프로그램 형태로 제공하는 전시이다.
부산시립미술관 ‘여가’ 주제 기획
‘나는 미술관에 ● ● 하러 간다’
22일 안은미 오프닝 공연 호응
10월까지 100여 회 클럽 운영도
동시대 미술관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나누는 사회적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의 확장'을 보여준다. 22일 퍼포먼스는 미술관의 변화를 부산시민이 몸으로 느끼게 했다. 이날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은 2층과 3층 계단과 로비를 넘나들며 춤추는 무용수를 따라 몸을 흔들고, 미술관 안에 흩뿌려지는 종이 꽃가루에 환호했다. 어린이들은 퍼포먼스가 끝난 뒤 종이 꽃가루가 뿌려진 로비 바닥에서 신나게 뒹굴었다.
미술관을 자주 찾는다는 한 시민은 “그 동안 미술관은 참여자가 아닌 관람자로, 떨어져서 바라보는 위치에 있었는데 오늘은 우리도 작품의 하나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지역의 젊은 작가는 “부산시립미술관은 권위적 공간이라 생각해왔는데 오늘은 모든 것을 깨는 듯한 기분이 든다”며 미술이 사람들에게 더 쉽게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했다.
안은미 무용가는 이번 전시에 작가로도 참여한다. 그는 무대가 곧 작품이 되는 ‘자화자찬’을 출품했다. 관람객은 안은미의 음성 가이드에 따라 몸짓을 하며 일상적 움직임이 예술로 확장되는 것을 체험한다. 안은미 작가는 “자신의 몸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제공하고 싶다”며 “9월에 한 차례 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퍼포먼스를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나는 미술관에 ● ● 하러 간다’를 기획한 황서미 학예사는 “관람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움직임이나 활동을 해보고, 여가가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안내서와 같은 전시로 만들었다”고 했다.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 ●’에는 감상·관람을 넘어, 공부·댄스·요가 등 여가 활동과 관련한 다양한 단어가 들어갈 수 있다.
10월 16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스스로에게 필요한 진정한 여가’ 찾기를 돕는 다양한 클럽을 운영한다. 전시 기간 동안 100여 회의 프로그램이 미술관에서 진행된다. 프로그램 참가 예약은 부산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 다음달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선착순으로 예약받는다. 또 전시 기간 중에 (재)부산문화회관과 협력해 문화예술아카데미와 부산시립예술단의 찾아가는 공연도 미술관에서 개최한다. 051-744-2602.
글·사진=오금아 기자 ch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