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 덮친 한국경제, 스태그플레이션 늪 빠지나
한국 경제가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3고(高)’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중국의 록다운(봉쇄) 등 대외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올해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물가를 잡으면서 저성장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난제를 떠안게 됐다.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도미노
주가·채권·원화가치 동반 하락
전쟁·봉쇄 등 불확실성 증폭
금융시장 변동성 당분간 확대
“현재로선 금리밖에 대책 없어”
■전 세계 인플레이션 몸살
미국, 유럽(EU) 등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몸살을 앓는 가운데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4.1% 오르면서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4%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와 곡물가 상승, 글로벌 공급 차질 등 대외적 물가 상승 요인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까지 가세하면서 물가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소비자 물가 전망치를 4.0%로 수정했다. 지난달 연례협의 당시보다 0.9%P 대폭 높인 것이다.
IMF가 제시한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 4.0%는 아시아 선진국 대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일본·대만·홍콩 등 아시아 선진국 8개국 평균인 2.4%와 1.6%P 격차를 보였다.
정부가 지난해 말 예견한 올해 물가상승률은 2.2%로 이 역시 수정이 불가피하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스텝(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세계 경제가 얼어붙고 있다. 경기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경제에는 어두운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IMF는 지난 1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6%로, 1월 전망치보다 0.8%포인트나(P)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성장 전망률도 2.5%로 1월 전망치보다 0.5%P 하향 조정했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12월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했는데,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2%대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불확실성에 떠는 금융시장
물가와 금리, 환율이 모두 오르는 ‘3고(高)’ 어려움이 닥치면서 금융시장도 크게 출렁이는 모습이다.
주식과 채권 가격은 서로 반대로 움직인다는 금융업계의 통념과 달리 올해 들어 주가지수와 채권 가격은 동시에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 중이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240원대 중반까지 치솟는 등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며 상승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주식, 채권, 원화 가치가 모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과 그에 따른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불확실성 요인이 완화되지 않는 이상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중 환율이 달러당 1,250원 위로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내다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안정이 급선무라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고,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도 “물가 상승 압력이 우리나라 내부 수요가 아니라 해외에서 시작된 것이라 현재로선 금리밖에 대책이 없다”고 가세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