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꽃가루는 불청객?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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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을 타고 꽃가루가 마구 휘날린다. 창틀이나 차량 위에 뽀얗게 쌓인 꽃가루가 성가시게 느껴질 정도다. 심지어 꽃가루가 두려워 봄을 싫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꽃가루 알레르기에 민감해 비염과 천식, 피부염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이다. 국내 성인의 17.4%, 청소년의 36.6%가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다는 2018년 보건복지부 통계도 있다. 꽃가루가 ‘봄철 불청객’으로 불리는 이유다.

최근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이 2015년부터 7년간 도심의 공원에서 봄철 공기 중 꽃가루 발생 특성을 조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부산 도심공원의 대기 중 꽃가루 농도가 4월 중순~5월 초순 기간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흔히 체감적으로 말하는 “4월 중순에서 5월까지 꽃가루가 제일 많이 날린다”라는 표현이 맞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부산의 하루 가운데 꽃가루 농도가 가장 짙은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3시간 동안인 것으로 조사됐다. 바깥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간대와 겹친다. 꽃가루를 일으키는 화초로는 소나무과가 전체의 7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참나무과 7%, 자작나무과 2%, 삼나무과 1% 등 순이다.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이 초본이 아니라 목본 식물로 밝혀진 게다. 시 보건환경연구원은 “봄철 알레르기 질환이 생길 ‘발병 위험지수’ 발생일은 평균 10일로, 4월 20일~5월 1일에 집중했다”면서 이 시기에 시민들의 개인위생과 실외 활동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그런데 식물 입장에서는 이 같은 봄철 꽃가루 경보 발령이 매우 섭섭할 듯하다. 꽃가루가 날리는 건 생태계에서 식물이 대를 잇기 위한 번식에 필요한 본능이자 자연 현상이 아닌가. 따라서 식물이라면 자신의 생존에 필수적인 꽃가루를 불청객 취급하며 적대시하는 인간의 태도가 몹시 불쾌할 것이다.

지난 22일은 국제사회가 1970년 환경 오염을 방지할 목적으로 제정한 ‘지구의 날’이었다. 하지만 심화하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봄꽃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봄 꿀벌이 집단으로 실종된 원인의 하나가 이상 기온 탓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인류가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자연환경과 공존하는 노력을 배가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꽃가루에 예민한 체질이더라도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인식을 갖는다면 알레르기 질환에 따른 심적 고통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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