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동시에? 이 ‘암’ 걸릴 위험 100배 높은데…”
식도암 진단과 치료
식도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진단이 쉽지 않은 대표적인 암이다. 내시경 검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된다면 천만 다행이지만,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지는 식도 협착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초기 식도암은 95%까지 완치가 가능하지만, 암이 뒤늦게 발견될 경우 수술이나 항암요법, 방사선치료가 쉽지 않고, 예후 역시 좋지 않다.
술·담배를 함께 하거나 뜨거운 국물을 들이켜기 좋아하는 중장년 남성이라면 특히 식도암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문원 교수로부터 식도암의 진단과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음주·흡연 60~70대 남성 취약
뜨거운 물을 들이켜는 것도 원인
5년 생존율 낮아 10~25% 불과
증상 없어도 내시경 검사 받아야
■60~70대 남성이 특히 취약
식도는 20~25cm의 원통 모양으로, 입에서 삼킨 음식물이 위로 내려가는 통로다. 식도암은 식도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2019년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식도암은 그해 총 2870건이 발생해 전체 암(25만 4718건) 발생 중 1% 가량을 차지한다. 식도암 발생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고, 나이에 따라 점차 증가하며 주로 60~70대에 많이 걸린다.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10배 이상 많이 걸린다.
식도암은 발생 위치에 따라 경부 식도암, 흉부 식도암, 위-식도 연결 부위 암으로 나뉜다. 또 세포 형태에 따라 편평상피세포암, 선암, 흑색종, 림프종 등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편평상피세포암이 전체 식도암의 90~95%를 차지할 만큼 가장 흔하다. 편평상피세포암은 식도 점막의 상피세포에서 생기는 암으로 주로 식도의 중하부에 발생한다. 식도 점막의 만성적인 자극이 식도암의 주된 원인으로 독주, 과음, 흡연이 직접적인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또 65도 이상의 아주 뜨거운 차를 반복적으로 마시는 이들의 경우 식도암 위험이 8배로 치솟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6년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를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이문원 교수는 “남성들의 경우 음주와 흡연을 함께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이 경우 상호 상승효과로 인해 식도암 발병 위험이 100배로 증가한다”며 “이 밖에 뜨거운 차나 국물을 즐겨 마시거나, 채소나 과일 섭취 부족, 부식성 식도염 등도 식도암의 위험인자로 꼽힌다”고 말했다.
식도 선암은 식도의 분비샘조직에서 생기는 암으로 주로 식도 하부에 발생하게 된다. 특히 오랜 기간 역류성 식도염이 지속될 경우 식도 점막이 지속적인 위산의 역류에 의해 위 점막세포와 유사하게 변하는 ‘바렛 식도’ 로 진행된다. 바렛 식도는 식도 선암의 전암성 병변으로, 정상인에 비해 식도암 발병 위험을 30~40배가량 높이는 만큼 역류성 식도염이 있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 까다롭고 5년 생존율 낮아
식도암은 예후가 대단히 나쁘고 악성도가 높은 암으로 꼽힌다. 식도암에 걸려도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조기 진단과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식도암 초기에는 증상이 없고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식도암은 주로 상부소화관 내시경 검사나 상부 초음파 내시경, CT 등을 통해 진단한다.
식도암에 걸리면 식도가 좁아져 식사하기가 불편해진다. 처음에는 단단한 음식을 먹을 때만 증상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드러운 음식, 물이나 음료수까지 삼키기 힘들어진다. 입이 식도 내강을 막으면 삼켰던 음식물이 다시 입으로 올라올 수 있고, 이렇게 올라온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 만성 기침이나 흡인성 폐렴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외에도 급격한 체중 감소, 쉰 목소리, 구토, 토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식도는 벽이 얇고, 위장과 달리 보호막이 없어 외부 자극에 의해 쉽게 손상되고 암이 주변으로 퍼지기도 쉽다. 주변에 폐, 대동맥, 심장 같은 중요 장기가 있다는 점도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등에 여러모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음식을 삼키기 곤란하거나 통증이 나타날 때는 이미 암이 국소적으로 진행되거나 다른 장기로 퍼지는 원격 전이가 동반된 경우가 많다. 대개의 식도암 환자들이 이처럼 상당 수준 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암을 발견하기 때문에 식도암의 5년 생존율은 10~25%에 불과하다. 식도암이 무서운 것이 이 때문이다.
■조기 발견 땐 95% 완치 가능
식도암은 종양의 위치, 크기, 침윤 깊이, 림프절이나 타 장기로 전이 여부,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해 각 개인에 맞는 치료방침을 결정한다.
점막에 국한된 조기 식도암이라면 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ESD)을 시행한다. 림프절 전이가 없다면 한 번에 완전 절제가 가능하다.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 전후 방사선 치료나 항암화학요법도 병행한다.
외과적 절제가 불가능하거나 타 장기로 전이가 있는 경우 증상 조절과 함께 방사선치료나 항암요법을 선택할 수 있다.
식도암은 일찍 발견하면 95%까지 완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예방과 함께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교수는 “식도암 가족력이 있거나, 음주와 흡연을 하는 50대 이상 남성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매년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며 “이와 함께 뜨거운 음식이나 염장식품, 가공육 섭취를 가급적 자제하고, 녹황색 채소와 신선 과일 같은 건강한 식품을 섭취하면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비타민 A·C·E, 엽산, 아연, 셀레늄 등을 섭취하면 편평상피세포암 발생을 줄여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