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습도와 향기… 기억의 풍경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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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오토바이 뒤에서 느낀 땅의 기억. 김현수 작가의 그림에는 제주가 있다.

김현수 개인전 ‘나의 우주’가 부산 해운대구 중동 맥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맥화랑이 젊은 자가들의 지속적 작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제6회 맥화랑 미술상’ 수상작가 전시이다. 전시는 5월 8일까지 개최된다.

‘맥화랑 미술상’ 김현수 개인전
유년시절 제주 이미지 형상화

김 작가는 1992년 제주에서 태어나 성신여대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학생 때 그냥 풍경을 그렸는데 친구들이 제주를 그린 거라며 부러워하더군요. 그때부터 일상적인 것, 잊고 지낸 것을 대변하는 이미지로서 제주 풍경을 연구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기억에 새긴 제주의 환경이 자연스럽게 그림에 배어 나왔다.

“할아버지가 목장으로 출퇴근하실 때 저를 오토바이 뒤에 태워 다니셨어요. 밭길을 지나다 숲 안으로 들어가면 어둡기도 하고 춥기도 한 기억이 나요. 기억 속에 남겨진 그때의 향기나 습도 같은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긴 나무 형상 뒤로 서로 다른 농도의 초록이 겹쳐진 그림 앞에서 김 작가는 “촉촉해 보이느냐”며 웃었다. 파란색·노란색·갈색을 섞은 초록부터 붉은색이 들어간 초록까지. 김 작가는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물감을 쌓는다고 했다.

그림에 등장하는 연못 이미지에는 할머니에 대한 마음이 담겼다. “돌아가신 할머니 성함이 연화이신데 제주에 연화못이라는 곳이 있더라고요. 유년시절 조부모님과 함께한 시간이 많아서 제 그림 소재에 넣었어요.” 이 외에도 그의 그림에는 삼나무 숲, 귤창고, 선인장, 고사리 같은 제주다운 소재들이 등장한다.

김 작가는 스케치 없이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숲 이미지를 그려볼까’ 하는 정도로 간략한 상상만 하고 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그림이 어떻게 완성될지 알 수 없어요.” 작가가 보는 거리에 따라 풍경의 모습이 달라진다. 둥글게 마을이 감기는 것 같은 그림은 가장 멀리서 바라봤을 때의 풍경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시골길을 뱅글뱅글 돌던 기억을 지도처럼 위에서 바라보는 모습으로 표현했어요.”

풀이나 나무를 외곽 형태로만 단순화시킨 그림은 공간과의 상호작용에서 나온 작업이다. “전시장 큰 벽을 채우는 기회가 생겼는데 제가 좋아하는 소재를 가까이서 들여다 본 것처럼 조각조각 나눠서 그려봤어요.” 김 작가는 ‘내면 깊은 곳의 형상들을 꺼내는 과정’을 축약된 풍경으로 관람객 앞에 풀어낸다. 051-722-2201.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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