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팝콘’ 야구장 ‘치맥’ 얼마 만인가?
실내 취식 재개 첫날 풍경
극장에서 다시 팝콘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1년 4개월여 만에 실내다중이용시설 내 취식이 허용되면서 시민들 사이에선 일상 복귀에 대한 기대감과 감염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25일 오후 2시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한 대형 영화관 곳곳에 상영관 내 취식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평일 낮이라 극장을 찾은 이는 많지 않지만, 대부분 팝콘이나 음료를 하나씩 들고 극장에 입장했다. 팝콘 한 통을 손에 든 관람객 최 모(25) 씨는 “그동안 극장서 영화만 보면 입이 괜히 심심했는데, 취식이 가능하다고 하니 오늘은 일부러 팝콘을 샀다”고 말했다.
관람객 대부분 팝콘 들고 입장
열차 내 시식 허용에 불안감도
대형마트 시식코너 재개 신중
일상 복귀 기대·감염 우려 교차
방역 당국은 25일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2급으로 하향 조정했고, 이날부터 영화관·실내 스포츠 관람장·학원·독서실 등 실내다중이용시설의 취식도 허용했다. 시설별로 적절한 환기 등의 조처가 이뤄지면, 극장 내 팝콘이나 실내야구장 내 ‘치맥(치킨과 맥주)’ 등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시설 이용자들은 대부분 규제 완화를 반기는 표정이다. 평소 야구장을 즐겨 찾는 양 모(26) 씨는 “치맥과 야구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들뜬다”며 “조금씩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다 보면 곧 마스크를 벗는 날도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장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정 모(25) 씨는 “사실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사람도 종종 보인다”며 “거리 두기가 큰 의미가 없어졌다고 하니 더 빨리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방역 규제가 사실상 전면 해제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여전히 많은 수의 확진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가 유행 장기화나 재유행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께 부산역을 이용한 주 모(74·대구 수성구) 씨는 “KTX를 타고 부산에 왔는데, 혹시나 감염이 될 수 있다는 불안한 마음에 열차 안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며 “방역 규제 완화로 고령층이 감염될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중이용시설 관리자들은 최대한 신중하게 규제 완화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경우 시식·시음이 가능해졌지만, 행사 시설끼리는 3m 이상 떨어져야 하고 취식 중인 사람들은 타인과 1m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부산진구 한 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내 취식은 거리 유지 등 조건도 있고, 감염을 우려하는 이용객들도 많아 아직 시식·시음 코너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며 “다른 매장의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등 규제 완화에 대해 동아대병원 감염내과 정동식 교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다중이용시설 내 취식도 시도해 볼 만한 상황이다”며 “다만 고위험군은 치명률이 높기 때문에 위드 코로나로 가더라도 정부와 지자체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25일 0시 기준 부산에선 1072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이는 올 2월 1일 979명 이후 83일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경남과 울산에서는 각각 1973명과 689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김백상·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