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팝콘의 귀환
‘팝콘 무비’(걸작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팝콘과 영화는 찰떡궁합이다. 왜 그리 됐을까.
팝콘(popcorn)은 말 그대로 펑 소리 나게 튀긴 옥수수다. 고고학 연구에 따르면 무려 6700년 전에 지금의 페루 지역에서 살던 사람들이 팝콘 비슷하게 옥수수를 튀겨 먹었다고 한다. 그게 북중미 인디언 문화로 남아 있었고, 17세기 초 침입한 유럽인들에 의해 바깥 세상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옥수수가 워낙에 흔한 북중미인지라 팝콘은 값싼 주전부리로 널리 펴졌다.
영화는 처음엔 소위 상류계급의 오락거리였다. 영화관은 오페라 무대처럼 화려했다. 더구나 무성 영화였다. 거기에 하층계급의 주전부리인 데다 ‘와그작’ 상스러운 소리까지 나는 팝콘은 어울릴 수 없었다. 그러나 북중미, 특히 미국에서 영화관은 점점 대중화됐고, 1929년 대공황이 덮쳤다. 영화관에는 일자리 잃은 노동자들이 몰려들었고, 그들의 손에는 팝콘 봉지가 들려 있었다. 그때는 이미 유성 영화가 주류였다. 팝콘 소음 때문에 영화 못 보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팝콘 반입을 달가워 않던 영화관 사업자들은 현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관습에 얽매여 팝콘 반입을 금지하는 영화관은 손님이 끊겼던 것이다. 그런데 사업자들이 가만히 보니 팝콘은 돈이 될 것 같았다. 재료비가 매우 싼 데다 단시간에 대량 생산이 가능했던 것이다. 영화관 사업자들은 상인을 들이는 대신 팝콘을 직접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팝콘은 ‘영화관 음식’의 대표가 됐다. 우리나라에선 팝콘이 그다지 널리 퍼지지 못했는데, 1990년대 들어 미국식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확산하면서 팝콘의 인기도 순식간에 치솟았다.
오늘날 팝콘과 영화의 관계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배급사와의 배분, 세금을 고려하면 영화관은 영화티켓 값의 절반도 못 가져간다. 그런데 팝콘에다 곁들이는 음료수까지 더하면 영화 티켓 가격과 맞먹는다. 거기다 팝콘의 원가는 엄청 낮다. 마진율이 엄청난 것이다. “영화관은 팝콘 값으로 운영된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금지됐던 영화관 내 팝콘 섭취가 25일부터 다시 허용됐다. 팝콘이 돌아온 것이다. 영화관의 지난 상술을 떠올리면 마냥 달가울 수만은 없으나, 그래도 엔데믹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여겨져 반갑다. 팝콘의 귀환과 함께 지긋지긋한 코로나19는 영영 사라지길 고대한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