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열풍, 가치 소비 바람 타고 펫 시장까지 확대
소비에 가치와 신념을 더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문화가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됨에 따라 '비거니즘'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미닝아웃이란 신념을 가리키는 '미닝'과 정체를 드러낸다는 뜻의 '커밍아웃'이 결합된 신조어다.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건강, 환경, 동물보호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같은 물건이라도 동물 유래 원재료를 배제하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비건 제품을 구매하는 가치 소비 행위가 일상 속에 녹아들고 있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비건식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비건인증원의 신규 비건 인증을 받은 식품은 286개로 집계됐다. 2020년 199개 대비 44% 증가했으며, 2019년 114개와 비교하면 151%나 늘어난 수치다. 또 '동물로부터 나오는 어떤 소재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3.7%로 가장 많았으며, 응답자의 68%가 향후 비건 라이프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
이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비건 라이프를 실천하려는 움직임에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 휴머나이제이션' 문화가 더해져 최근 비건 카테고리가 식음료를 넘어 펫 시장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각 기업들은 반려동물에게도 안전하고 착한 소비도 실천할 수 있는 비건 반려용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 생활공작소가 비건 반려용품으로 '펫 샴푸'(사진)와 '펫 미스트'를 선보였다. 생활공작소의 비건 반려용품은 프랑스 비건 협회가 설립한 비건 인증 단체인 이브 비건(EVE VEGAN)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순한 성분의 자연 추출물을 담아 연약한 반려동물의 피모·모발 관리에 적합하다.
펫 샴푸는 참당귀 뿌리추출물, 홍삼추출물, 산수유 열매추출물 등 자연 유래 추출물과 천연 에센셜 오일을 함유해 반려동물의 피모와 모발을 건강하고 윤기 있게 가꿀 수 있다. 순하고 부드럽지만, 밀집도가 높은 거품은 반려동물의 피모를 더욱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어 봄철 외부 오염물질로 인한 건강 관리가 가능하다. 펫 미스트는 피부 보호와 보습 기능에 도움을 주는 판테놀과 알란토인이, 정전기와 털 엉킴을 방지하는 로즈마리잎추출물과 녹차추출물이 함유됐다. 사람보다 후각이 예민한 반려동물의 특성을 고려해 인공향을 첨가하지 않아 반려인의 걱정을 덜어준 것이 특징이다.
생활공작소 관계자는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이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안전한 성분을 담은 비건 반려용품에 대한 니즈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반려동물의 삶을 바르고 건강하게'라는 생활공작소만의 펫 철학을 담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비건 반려용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푸푸몬스터를 론칭하고 비건 '펫 데오 스프레이'를 출시했다.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정을 받은 동물용의약외품으로 안심하고 반려동물 몸에도 직접 분사할 수 있는 소취 스프레이 제품이다.
펫 데오 스프레이는 유향과 무향 두 가지 타입으로 출시됐다. 악취 성분을 가두는 역할을 하는 식물 유래 감 추출물과 우수한 소취 성분을 갖춘 사이클로덱스트린을 포함해 더욱 효과적으로 냄새를 제거할 수 있다. 특히 전문 조향사가 직접 블렌딩한 천연 에센셜 오일을 함유해 집안 곳곳에 은은한 향이 오래 남는다는 장점이 있다.
화장품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업체인 코스맥스도 지난해 급성장 중인 펫 시장에 뛰어들어 반려동물 제품군을 다각화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지난 3년간 대대적인 투자와 연구를 거쳐 반려동물용 제품에 사용 가능한 성분과 원료를 개발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바디팩, 귀 세정제 등 펫 뷰티 상품군을 꾸준히 확장 중이다.
최근 코스맥스가 개발한 덴탈 치약은 편백수와 해초 추출물 등 식물 유래 원료로 제조한 제품으로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게 안심하고 도포할 수 있다. 유해성이 가장 낮은 EWG 그린 등급을 받았으며, 동물성 성분을 배제하고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성분만을 사용했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