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미시공’ 끝나지 않았다… 관리 못한 지자체 고발 파장
경남도·김해시 공무원 8명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당해
“필수장치 미비에도 준공 허가
감독 소홀로 입주민만 피해”
전국의 신축 아파트 다수가 ‘지능형 홈네트워크(이하 홈네트워크)’ 법적 기준을 지키지 않아 거실에 설치된 월패드 카메라가 무더기로 해킹(부산일보 2021년 12월 1일 자 10면 등 보도)되는 등 문제점이 확산하는 가운데, 지자체 공무원들이 이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준공 허가를 내줬다는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당했다. 건설사의 배짱으로 관련 설비가 부족하거나 아예 설치되지 않아 입주민들의 재산권과 안전이 침해받고 있는 상황에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지자체에 책임을 묻는 고발까지 나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25일 고발인 대리인 법무법인 정인 등에 따르면, 최근 공동주택 사용승인 실무를 맡은 경남도청, 김해시 등 공무원 8명이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통신 전문가인 고발인은 주택법에 따라 경남도와 김해시 공무원이 홈네트워크가 시공된 공동주택 감리를 감독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입주민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부산일보>는 전국 대다수 아파트에 홈네트워크가 법적 기준에 맞지 않게 시공된 것으로 추정돼 사생활 침해 등 입주민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여러 차례 보도했다. 이후 경남도는 2015년 이후 사업 승인을 받은 500세대 이상 아파트 51곳을 대상으로 홈네트워크 안전설비 3개(월패드, 홈게이트웨이, 예비전원장치)에 대해 전수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김해 6곳 등 총 15곳에서 예비전원장치 등 필수장치 미시공이 적발됐다. 고발인은 지자체가 이를 바로 잡는 행정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중 8곳은 감리결과 보고서조차 확인하지 않고 준공을 내줬다고 주장한다.
홈네트워크는 아파트 출입문, 전등, 난방 등 집 안의 장치를 제어하는 ‘사물형 인터넷(IoT)’으로, 의무 설비 20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핵심은 정전 때 홈네트워크를 가동하는 ‘예비 전원장치’와 해킹을 방지하기 위한 ‘홈게이트웨이’, 거실 벽면에 부착된 모니터 화면인 ‘월패드’ 등이다.
고발인은 “경남도는 홈네트워크 전수조사에서 미시공을 확인해 놓고도 행정조치를 하기에는 법이 모호하다고 보고한 이후 이 사실을 덮었다”면서 “건축주와 함께 감리를 감독해야 할 공무원들이 이를 묵살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최근 고발인을 조사했다. 김해중부경찰서 관계자는 “고발이 접수돼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고발 내용이 자세히 적시돼 충분히 수사 가치는 있다고 판단되고, 향후 일정을 조율해 피고발인 조사 등을 진행할 예정으로 자세한 사항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홈네트워크 미시공 사태에 대해 지자체의 책임을 묻는 고발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올 1월 대구 북구청장을 비롯한 대구 북구청 공무원들이 홈네트워크를 미시공한 한 아파트에 준공을 내줬다며 직무 유기로 고발당했다. 올 2월 대전시는 기초지자체에 홈네트워크가 관련 법규에 맞도록 시공돼야 하며 인증서, 적합성 평가서 등을 확인해 준공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명확한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2008년 주택법을 개정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32조의 2(지능형 홈네트워크)를 신설해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와 기술기준을 명시했다. 이를 지키지 않는 건축주는 주택법 102조 8항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통신설계사와 통신감리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통신공사업체는 영업정지 최대 3개월이라는 처벌을 받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