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외대에서 7년간 석좌교수로 지내며 정규 강의나 논문 발표 등을 하지 않고도 총 3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박 후보자가 재직할 당시 석좌교수의 보수 등을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한국외대 총장은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였다.

25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2013년 3월부터 2020년 5월까지 7년 2개월간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유엔평화학과 석좌교수로 지냈다.

박 후보자는 석좌교수로 위촉되기 전인 2002년부터 2012년까지 국회의원으로 일했고, 2020년 총선에서 당선된 후 석좌교수직을 내려놨다.

외대 측은 박 후보자가 재직할 때 본관 2층 연구실과 전담 조교 등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규정에 명시된 석좌교수의 역할은 연구, 강의, 세미나, 기타 자문 등이다.

그러나 뉴스타파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석좌교수로 일하는 동안 연구 실적을 내거나 정규 강의를 한 적이 없었다. 7년간 총 20건의 특강을 하고, 신문에 칼럼 30여건을 기고한 이력만 확인됐다.

이처럼 박 후보자는 연구나 정규 강의 등 실적을 내지 않고도 매년 약 4000만원씩 총 3억 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 후보자가 석좌교수로 일할 때 한국외대 총장은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였다.

한국외대 규정에 따르면 석좌교수 임기는 2년으로, 박 후보자는 2013년 처음 위촉된 후 2020년까지 일하면서 총 3차례 재위촉됐다.

한국외대 석좌교수 재위촉은 대학 재단 이사회가 결정하며, 보수 등 처우는 총장이 정하게 돼 있다. 김 후보자는 2014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한국외대 총장과 재단 이사직을 겸하면서 박 후보자 재위촉에 관여했다.

이에 대해 박진 후보자 측은 뉴스타파 취재진에 "석좌교수 재직 중 정규 과목의 (특강 형태로) 강의에 참여했다"며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비전 특강, 대학 부설연구소의 학술 세미나 등 다양한 연구·강의·활동을 했고, 대학 운영진의 국제교류에 대한 조언과 자문에도 성실히 임했다. 대한민국 외교의 미래 인재를 배출하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또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직후 대학 측에서 바로 퇴직 절차를 진행했고, 행정 처리에 시간이 다소 소요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학 측이 정계 로비를 위해 석좌교수 제도를 악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석좌교수들이 모두 유력 정·관계 인사로만 구성되는 것은 아니므로 석좌교수 제도를 '로비 창구' 등으로 일률적으로 재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