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빠'의 롯데월드 방문기] 퍼레이드 좀 아담하면 어때, 터 잡고 보기엔 안성맞춤
초등생 둘을 둔 ‘부산 아빠’에게 테마파크는 시련의 다른 이름이었다. ‘XX네는 에버랜드 다녀왔다더라’는 소리라도 들리면 얼굴도 모르는 그 집 아빠가 원망스럽던 그였다.
사실 ‘부산 아빠’도 짐 보퉁이 싸 들고 용감하게 서울과 용인으로 떠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테마파크 여행의 끝에 남는 건 육아 스트레스와 부부싸움, 장거리 운전에 누더기가 된 육신뿐이었다. 테마파크 근처 바가지 숙박 요금에 구멍 난 주머니는 덤이었다.
동부산관광단지에 롯데월드가 문 연다는 소식에 ‘부산 아빠’는 감격했다. ‘규모가 생각보다 너무 작아요’ ‘시설에 비해 요금이 비싸네’ 같은 불만은 배부른 투정이었다. 어트랙션이 많아 봐야 초등생이 다 타지도 못할 것이요, 요금이 비싸 봐야 용인 모텔 숙박비보다는 저렴할 터였다.
롤러코스터 타이트해 스릴은 좀 부족
할아버지 나무 ‘토킹 트리’ 입담 과시
‘매직포레스트 퍼레이드’ 아담해 좋아
하루 즐기기 충분… ‘가심비’에 만족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은 ‘부산 아빠’는 아이들을 데리고 부산울산고속도로를 달렸다. 운전 시간 30분, 금요일 개장 시간에 맞춘 깔끔한 입장이었다.
부산롯데월드에 들어서자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평지에 차려진 테마파크가 ‘한눈에’ 다 들어오다니. 다리 아프다는 둘째를 안고 고갯길을 넘나들었던 용인 에버랜드의 고행이 떠오르며 ‘부산 아빠’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일단은 로리 여왕이 다스리는 동화 속 왕국이라는 설정의 부산롯데월드다. 입장하자마자 ‘부산 아빠’는 1선발 ‘자이언트디거’가 있는 ‘언더랜드 존’으로 달렸다. 게이트가 열리고 롤러코스터가 순식간에 시속 105km까지 속도를 올렸다. 롤러코스터 마니아인 아내는 ‘안전 바가 너무 타이트해 스릴이 부족하다’는 이해 못 할 불평을 쏟아냈지만, ‘부산 아빠’는 넋을 잃은 아이들의 표정이 그저 뿌듯했다. 대기 줄이 길어 어느 테마파크를 가던 1순위로 포기했던 게 롤러코스터 아니었느냔 말이다.
에이스 ‘자이언트디거’에 압도당한 첫째와 둘째는 2선발 ‘자이언트 스윙’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롯데월드를 둘러보고 싶다고 했다.
‘캔디 트레인’을 구경하며 요정 마을 ‘팅커폴스 존’의 모퉁이를 돌자마자 부산롯데월드의 중심, ‘토킹 트리’가 나왔다. 나무 앞 손바닥 버튼을 누르니 나른한 인상의 할아버지 나무가 입담을 과시했다. 지나가던 당나귀 알바의 사진 촬영 서비스에 아이들이 방끗 웃었다.
이날 아이들이 머문 곳은 동물농장 테마로 꾸며진 키즈 전용 ‘조이폴 메도우 존’. 키즈 전용 롤러코스터인 ‘쿠키열차’도 무섭다는 둘째 덕분에 ‘부산 아빠’는 빙글빙글 도는 ‘날아라 꼬꼬’와 펄쩍펄쩍 뛰는 ‘달려라 염소’만 연거푸 3번을 탔다.
키즈 존에서 시간을 보내다 오후 2시가 됐다. ‘테마파크의 꽃’ 퍼레이드 시간이다. 단촐한 코스를 따라 ‘매직포레스트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부산 아빠’는 피난민처럼 아이를 둘러업고 퍼레이드 행렬을 따라 내달리던 서울롯데월드의 악몽이 떠올라 마음이 급해졌다. 그러나 부산롯데월드의 아담한 퍼레이드는 ‘로리 캐슬’ 앞에 터를 잡고 보기에 충분했다.
마음만 먹으면 차로 언제든 또 찾아올 수 있는 동부산테마파크, 미련 갖지 않고 돌아갈 채비를 했다. 그제야 첫째가 워터코스터 ‘자이언트 스플래쉬’에 도전하겠다고 나섰다. 비옷을 입고 사라진 첫째는 곧 비명을 지르며 물속으로 추락했다. ‘부산 아빠’는 촉촉하게 젖어온 아이를 보고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여긴 집에서 30분 거리니까.
차를 몰고 휘파람 불며 집에 오니 오후 해가 아직도 한참이 남았다. 가족을 위한 연차도 하루면 충분했다. 퍼레이드까지 갖춘 테마파크가 왕복 1시간 거리, ‘부산 아빠’는 부산롯데월드의 ‘가심(心)비’에 만족하며 ‘봄 숙제’를 마쳤다.
글·사진=권상국 기자 ksk@busan.com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