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더 영화 같아 안타까운… 그럼에도 함께 생각해 볼 아픔
학교폭력 다룬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설경구 배우
배우 설경구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의 핵심 인물이다. 그가 연기한 변호사 ‘강호창’은 전개상 반전을 거듭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설경구는 한 아이의 부모로서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담백하게 풀어냈다.
설경구는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꾸진 않겠지만, 사회 문제를 꾸준히 건드려야 한다고 본다”며 “이 영화를 만난 뒤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밝혔다.
“가해자 지목된 아들 위해 변호
선과 악 사이 갈등하며 반전 연기
개봉하면 아이들과 함께 볼 것
관객들 부모 역할 고민해 보길”
호창은 영화 속 다른 가해자 부모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호창 역시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일말의 가책을 느끼고 감정의 요동을 겪는다. 설경구는 영화의 카피인 ‘자식은 괴물이 되고 부모는 악마가 된다’를 언급하며 “정말 정확한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설경구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무능력한 자신을 느꼈다고 했다. 너무나도 잔인한 학교폭력을 접하면서도, 이를 근절하거나 변화시킬 힘이 없었기 때문이란다. “영화가 개봉하면 아이들과 함께 보려고 해요. 이 작품을 교육 목적으로 만든 건 아니지만,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설경구는 이 작품에서 뻔뻔한 모습부터 부성애까지 감정선을 섬세하게 풀었다. 영화의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감정 연기는 물론이고 대본을 대폭 수정하기도 했단다. 그는 “아들의 최후 변론을 해야 하는 장면이 있다”며 “재판장에게 진심으로 호소하고 싶어 변호사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 대사를 바꿔봤다”고 설명했다.
메가폰을 잡은 김지훈 감독과는 영화 ‘타워’ 이후 재회했다. “김지훈 감독이 이번 작품의 책임감이 컸는지,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완성된 영화를 보니 ‘김 감독이 마음고생을 많이 했겠구나’ 싶었어요.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부모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