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몸값 높아진 스타 PD들, 새 둥지 찾아 떠난다
콘텐츠 회사들이 인재 영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스타 프로듀서(PD)들이 대거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다른 방송사로 이적뿐 아니라 새 레이블을 설립하거나 전문 콘텐츠 제작 회사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26일 방송가에 따르면 tvN 예능 ‘엄마는 아이돌’ ‘수상한 가수’ 등을 연출한 민철기 PD는 최근 JTBC로 이적했다. 민 PD는 2003년 MBC에 입사해 예능 ‘복면가왕’ 등 인기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 실력 있는 연출자다. 민 PD는 새 방송사에서 책임 프로듀서(CP)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민철기·민선홍·장시원 등 이적
타 방송사·콘텐츠 제작사 새 출발
코로나 이후 프로듀서 기회 늘어
SBS에서 ‘아빠를 부탁해’ ‘K팝스타 시즌2·3’ ‘정글의 법칙’ 등을 만든 민선홍 PD도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플러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민 PD는 디즈니플러스에서 CP로서 각종 예능 콘텐츠 연출을 이끌 예정이다.
채널A 인기 예능 ‘도시어부’를 연출한 장시원 PD는 JTBC 산하에 레이블을 설립하고 새롭게 출발했다. 장 PD는 시즌3까지 제작된 낚시 예능 프로그램 ‘도시어부’를 처음 만들었고, 예능 ‘강철부대’의 책임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장 PD는 올 상반기 야구 예능인 ‘최강야구’를 준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왕년의 야구 스타인 이승엽과 박용택, 이홍구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방송인 유재석과 조세호가 진행을 맡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김민석 PD와 박근형 PD도 JTBC와 논의 중이다. 김 PD는 2012년 KBS에 입사해 예능 ‘1박 2일’ 등으로 경력을 쌓은 뒤 tvN으로 이적해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처음 선보였다. 박 PD는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공동 연출이자 번외 프로그램인 ‘난리났네 난리났어’의 메인 연출을 맡은 경력이 있다.
스타 PD들의 이동은 올 초부터 눈에 띄게 증가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영향력이 확장하면서 시청자의 입맛을 다룰 줄 아는 스타 PD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서다. 올해만 해도 MBC ‘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 등을 연출한 김태호 PD가 퇴사해 콘텐츠 제작사를 설립했다. KBS 장수 예능 ‘불후의 명곡’을 오래 이끈 권재영 PD는 위지윅스튜디오 계열 A9미디어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 TV조선에서 ‘미스트롯’ 시즌1을 만들어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문경태 PD는 MBN으로 이적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콘텐츠 제작사와 프로듀서들에게 새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방송사의 입맛에 맞춘 프로그램을 만들기보단 PD 스스로 독자적인 진출을 모색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봤다. 남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