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부처 해양수산정책 통합조정기구 필요” 목소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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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한림원·KMI 정책토론회 개최

각 정부 부처들을 아우르면서 해양수산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해양연안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다음 달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해양안보, 해운·조선 상생발전, 기후변화 대응, 4차 산업혁명 대응 등 여러 부처에 걸친 해양수산 이슈와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통합조정기구의 필요성이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해양한림원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공동 주최로 지난 25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가칭)해양연안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해양수산 관련 학계와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해양연안특별위원회’의 신설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부처 공동 대응 이슈 크게 증가 추세
해양대국 정부 차원 기구 벌써 운영”
해운 운임·항로·선박 이자율 등 난제
전문가 “컨트롤타워 설치 해결해야”

이기택 한국해양한림원 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 4강은 물론 프랑스,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해양 대국들은 범부처 차원의 해양정책 통합조정기구를 운영하고 있다”며 “해양수산부가 설치(출범)된 26년 전과 다르게 여러 부처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해양수산 이슈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할 때만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글로벌 해양정책 동향과 통합해양관리 거버넌스 : (가칭)해양연안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선 우수한 중앙대 교수(국제물류학)는 “세계 해양정책은 해양주권 강화, 해양산업 경쟁력 제고, 기후변화 대응과 디지털 전환, 해양자원 활용을 위해 통합적인 해양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세계 3대 해양강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처간 정책 조율과 범부처 대응, 대통령 자문을 위한 (가칭)해양연안특별위원회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해양정책과 전략, 해양정책조직을 소개한 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정부합동’ 유형의 ‘해양연안특별위원회 설립 방안’을 제안했다. 이 모델은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관련부처 장관과 지자체장, 민간위원이 위원으로 참여하며, 실행조직으로 사무국이나 기획단(공무원 파견, 민간채용 등)을 두는 방식이다.

의원회의 주요 기능은 △상위 해양연안발전전략 수립 △다부처 연계, 지자체와의 현안 협의 조정 △산업계·학계·전문가·시민단체 등이 정부에 자문·제안·건의 △대표성이 확보되고 조정된 정책으로 국민과 소통 등이다.

이어 김종덕 KMI 원장을 좌장으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 7명의 전문가들은 △세계질서와 해양안보 △해운·조선 상생과 물류대란 극복 △기후변화 대응 △식품산업으로서 수산업 육성 △4차 산업혁명 대응 △건강한 해양생태계 보전 등 범부처적 해양수산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해양 강대국들과 같이 해수부를 뛰어넘는 통합조정기구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첫 토론자로 나선 이근관 서울대 교수는 “해양 강대국들이 구축해놓은 해양질서에 무임승차하면 장기적으로 국익에 기여하지 못한다”며 이제는 ‘초(超)해양국가’로서의 자기상(自己像)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의 해양안보 접근은 파편적이고 분절적인데, 해양문제 접근이 좀 더 종합적·체계적인 해양거버넌스가 되기 위해서는 미국·일본과 같이 해양안보 관련 국가적인 컨트롤타워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학계나 실무에서 조선 분야와 기상, 국제물류는 해수부와 통합이 거론되는 분야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통합조정기구를 두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해운 운임 문제, 남중국해 항로안전 문제, 선박금융 이자율 문제 등 그동안 부처 간 이해관계가 달라 조정이 어려웠던 사례를 제시하며 주장을 뒷받침했다. 다만, 김 교수는 통합조정기구 신설로 자칫 해수부 본연의 기능이 약화되는 것을 경계하며, 통합조정기구를 만들더라도 해수부 기능은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순모 부산대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라 연안재해, 수산물 생산, 적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정리하며, 범부처 차원에서 통합조정이 있어야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해수면이 높아지면 연안 침수로 방파제 높이, 항만시설 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 해수부 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 지자체 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양하 이화여대 교수는 지속가능한 식품수급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Blue Food’(블루 푸드)인 수산식품이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부처-범부처 차원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형림 동아대 교수는 자율운항선박, 스마트양식장, 스마트 복합물류 체계 등을 언급하며, 원천기술에 대한 협의는 과기부, 산업에의 적용 및 법·제도적 협조는 관련 부처와 각각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좌장을 맡은 김종덕 KMI 원장은 1996년 해수부 설립이 강대국 간의 해양경쟁과 갈등이 예상되던 동북아 해역에서 ‘절묘한 한수’였으며, 이를 통해 지난 26년 간 거친 한반도 주변해역은 물론 글로벌 해양경쟁에서 해양수산 분야의 역량을 지켜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삼면이 바다인 우리에게 ‘해양수산 전략’은 포기할 수 없는 국가 명제라고 강조하며, 바다를 둘러싼 국내외 여건이 급변하고 갈등이 증폭되는 최근의 국제정세를 고려할 때 해양수산 분야 정책은 과거보다 더 통합되고 융합되는 ‘정책의 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또 “그동안 해양수산 정책이 온전히 미치지 못한 사각지대에 있었거나 부처간 이견 등으로 대처가 부족했던 복합 현안을 다루고, 이를 통해 이제는 우리의 해양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국가전략 차원의 범부처 특별 거버넌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이번 토론회 결과를 정리해서 새 정부에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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