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부산진역 새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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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역은 지난 세기말까지 부산역과 함께 부산의 대표 역(驛)이었다. 1953년 당시 중앙동에 있었던 부산역 건물이 큰불에 소실되고, 1965년 11월 부산역, 초량역, 부산진역의 업무가 통합된 뒤 1969년 6월 부산역이 신축될 때까지 부산역을 대신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KTX 개통 직전까지 경부선, 경전선, 동해남부선 열차의 필수 정차역으로 부산역에 버금가는 비중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부산진역은 피란민과 실향민들의 치열했던 삶의 애환이 매우 짙게 배어 있는 곳이다. 부산항과 인접한 경부선의 시발·종착점인 데다 우암선을 통한 감만부두와의 연결로 인해 대부분 화물이 부산진역을 거쳐 처리됐다. 경남 일원의 농수산물도 이곳으로 모이면서 그야말로 물류의 중심지로 사람들이 북적거렸다고 한다. 역 주변 지역의 상권이 활성화할 수밖에 없었다. 역 건너편의 수정시장이 크게 번성했던 이유였다.

6·25 전쟁 때 부산으로 와서 수정동, 좌천동, 초량동 일원에 터를 잡은 피란민들이 생계를 꾸려 갈 수 있는 ‘비빌 언덕’이 되었던 것도 바로 부산진역의 활발했던 물류였다. 당시 상황을 잘 보여 주는 소품이 ‘지게와 리어카’다. 피란민들이 생계를 위해 지게를 메고 부산진역으로 몰렸다. 이들은 ‘역전 지게꾼’으로 불렸다. 더 많은 물건을 운반하기 위한 리어카도 등장해 성황을 이뤘다. 리어카 공장도 수정동에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좌천삼거리 일대에 남은 한두 곳의 리어카 공장이 그 흔적인 듯싶다.

이렇듯 인파가 들끓었던 부산진역이었지만, 화물 업무 중단과 KTX 개통 등 여파로 2005년 4월 폐쇄되면서 명맥이 끊어졌다. 이후 17년간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도심 속 흉물로 방치돼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는데, 최근 문화 플랫폼 ‘시민마당’으로 탈바꿈해 시민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부산 동구청과 코레일이 힘을 합쳐 전시관, 도서관, 커피박물관 등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한 것이다. 앞으로 역사 앞 잔디 마당에는 다양한 공연이나 행사도 개최된다고 하니, 부산진역이 시민들에게 새로운 기억과 추억의 장소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그런데 역사 앞 인도에 동상 형태로 설치됐던 지게꾼과 리어카 조형물이 부산진역의 새 단장 뒤 사라졌다. 부산진역의 옛 전성기를 보여 주던 상징물인데, 보이지 않으니 어째 허전한 느낌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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