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삼각김밥이 유통기한을 넘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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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그리운 개가

제 똥구멍을 핥을 때



집으로 가기 위해

노래와 고함과 비명이 필요할 때



오늘 치 한숨이

검정 비닐봉다리처럼 몰려다닐 때



개 짖는 소리를 베고

개꿈을 꾸며 잠이 들 때



삼각김밥이 방금

유통기한을 넘길 때


-시집 (2019) 중에서

시는 찰나의 장르다. 문득 왔다가 문득 간다.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어 봐야 나오지 않는다. 시는 경험이 체험이 되고 체험이 핏속을 흘러 다니며, 뇌 속의 해마와 편도체를 예민하게 한 뒤 여러 문장이 시로 화하는 순간에 있다. 시인은 ‘집으로 가기 위해 노래와 고함과 비명이 필요할 때’ 같은 찰나와 ‘삼각김밥이 방금 유통기한을 넘길 때’같은 찰나를 제시한다. 이 순간에 시인은 노래와 고함과 비명 중 무엇을 택했을까. 집에 아픈 아이가 있어, 귀가할 때마다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간다는 한 가장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 마치고 집에 가며, 우리는 무슨 고민들을 할까. 그 고민들이 고함과 비명 대신 유통기한을 방금 넘긴 삼각김밥을 어떻게 할 것인가, 와 같은 가벼운 고민에서 그치기를.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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