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려던 스톨트호, 결국 부산서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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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울산항 염포부두 정박 중 발생한 폭발사고 이후 통영 안정공단 HSG성동조선해양으로 옮겨진 ‘스톨트 그로인란드’호. 작년 7월 폐기물 처리 완료 후 최근까지 방치되다 부산의 한 선박해체 전문기업에 매각됐다. 소유주인 다국적 선사는 스톨트호를 저렴하게 수리하려고 중국으로 반출하려다 실패했다. 부산일보DB

울산항 정박 중 발생한 폭발사고로 1년 가까이 방치되다 고위험 폐기물 처리와 선체 수리를 위해 경남 통영으로 왔던 대형 석유제품운반선이 부산으로 옮겨져 폐선 처리된다. 통영 지역사회에서는 ‘닭 쫓던 개’와 다름없게 됐다는 자조도 나오고 있다.

통영 입항 당시 대규모 수리 공사에 따른 경기 부양을 내세워 반대 여론을 잠재웠던 선사는 통영에선 폐기물만 처리하고 정작 수리는 헐값을 제시한 중국 조선소에 맡기려 한 사실이 지난해 <부산일보> 보도(2021년 2월 5일 자 11면 등 보도)로 드러났다. 이후 지역사회의 공분을 사자 결국 중국행을 포기했었다.

울산항 정박 중 폭발사고 방치
폐기물만 버리고 중국행 시도 물의
부산 기업서 매입 폐선 처리 앞둬

26일 수리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의 한 선박해체·수리 전문기업이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으로부터 2만 5881t급 화물선 ‘스톨트 그로인란드(Stolt Groenland)’호를 매입했다. 국내에서 해체·폐선하는 조건이다.

케이맨제도 선적인 스톨트호는 2019년 9월 울산 염포부두에서 하역 작업 중 폭발 사고가 났다. 당시 선내에는 소량만 유출돼도 인체에 치명적인 스티렌모노머(SM)를 비롯해 수십 종의 유해 화학물질 2만 3000t이 실려 있었다. 이를 안전하게 처리하면서 선체 수리를 병행할 조선소를 찾던 선사는 통영 안정공단 내 HSG성동조선해양을 낙점했다.

환경단체와 지역 어민들은 강하게 저항했다. 이들은 “예인하면서 심각한 해양오염을 일으킬 것이 뻔하다. 청정해역 이미지 훼손은 물론, 지역 수산물 가치도 급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선사는 “우려하는 추가 오염 사태는 없을 것”이라 자신하며 “이번 프로젝트가 침체한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득했다. 실제 스톨트호 수리 범위는 화물창과 선실구역, 배관, 철의장, 전장 등 선체 전반으로, 신조에 맞먹는 대형공사였다. 총공사비는 폐기물 처리비 50억 원을 포함해 400억 원 상당. 예상 작업 기간 1년에, 하루 최소 노동자 100명이 필요했다.

찬반이 분분한 가운데 기항 허가를 놓고 고민하던 해양수산부는 철저한 안전대책 시행을 포함한 11가지 조건을 전제로 허가서를 발급했다. 이를 토대로 스톨트호는 2020년 9월 성동조선에 도착했고 별다른 충돌이나 사고 없이 폐기물 처리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런데 작년 2월, 선사 측이 돌연 중국행을 타진 중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불거졌다. 중국 조선소에 맡기면 저렴한 비용에 수리를 마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고위험 폐기물 처리 부담에도 고용·낙수 효과를 기대하며 입항을 받아들였던 지역사회는 “급한 불 껐다고 쓰레기만 버리고 떠나려 한다”고 반발했다.

해수부도 기항 허가 때 내건 조건을 근거로 출항을 불허했다. 해수부는 당시 ‘출항 전 선박의 안전 및 해양환경 보호를 위해 항해 장비, 선박 엔진, 해양오염 설비 등을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고 명시했었다. 때문에 수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로 중국으로 예인할 경우, 기항 허가를 취소하고 입출항 통제 등 법적 조처를 할 수 있다.

설왕설래하는 사이 폐기물 이송·처리는 예정대로 끝났다. 하지만 선사가 수리 계약을 미뤄 스톨트호는 작년 7월 이후 최근까지 사실상 방치됐다. 골칫덩이 선박을 사들인 곳은 부산에 본사를 둔 중소기업이다. 27일 부산으로 예인한 뒤 영도구 수리조선소에서 해체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나온 고철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수리조선업체 관계자는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 고용 창출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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