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활주로 선택했지만, 지역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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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신공항 예타 면제 의결] ‘최적 대안’ 뽑힌 E안… 문제는

정부가 26일 국무회의에서 ‘가덕신공항 건설 추진계획’을 의결함으로써 이번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받기 위한 선결절차를 모두 마무리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브리핑을 갖고 가덕신공항 건설 추진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국토부는 가덕도에 활주로를 배치하면서 모두 5개의 안을 검토했고 이 가운데 활주로가 완전히 바다 위에 건설되는 E안이 최적의 대안으로 뽑혔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면서 부산시의 요구나 조정안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자신의 기준에 따라서 조사를 진행했고 부산시 안은 사실상 철저히 묵살됐다. 부산시도 발끈해서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반박하고 나섰다.

국토부, 5개 안 가운데 선택
“소음·부동침하 고려했다” 밝혀
부산시 제시 수치·대안엔 비판적
“사타 때 요구·조정안은 묵살”
부산시 ‘국토부 잣대’ 조사 반발
시민 단체 “부울경 무시·폄훼”

■국토부 “소음, 부동침하 등 고려했다”

국토부는 활주로 배치를 A~E안 5가지를 제시했는데 그중에서 가덕도 육지에 걸쳐서 남북으로 건설하는 방안이 A~C안이다. 이 경우 창원시 진해구 남문·용원동, 부산 강서구 신호·명지지구 등에 소음피해가 발생해 24시간 운영이 곤란하고 김해공항과 진해비행장의 관제권 침범이 발생하며 군 비행절차에도 간섭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대안에서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D안과 E안이 남았는데 두 가지 모두 동서방향 활주로다. D안은 가덕도 육지에 걸쳐서 건설하는 방안이고 E안은 완전히 해상공항으로 지어진다. D안은 부산시가 낸 조정안이다.

그런데 활주로 동서 방향으로 배치하면 가덕도 동쪽과 서쪽에 있는 가덕수도(배가 오가는 길), 정박지(배가 대기하는 곳)와 간섭이 발생한다. 특히 가덕수도는 장래 선박이 초대형화되고 진해신항 건설에 따른 해상교통량 증가를 고려해 2만 4000TEU급 선박을 완전회피하는 방향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또 정박지는 이전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D안에 대해 부동침하(침하가 불규칙하게 일어나는 것) 우려가 크고 장래 활주로 확장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결국 E안으로 결정했는데 가덕도 산지를 완전히 절취해 배후물류부지로 쓸 수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 “국토부 설명 잘못됐다”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D안이나 E안이나 사업비가 각각 13조 3000억 원, 13조 7000억 원 등 별 차이가 없고 공사기간도 9년 5개월과 9년 8개월로 거의 비슷하다. 이에 부동침하와 확장성 등의 이유로 전문가 평가를 거쳐 E안이 최적대안으로 선정됐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해상 매립 외 부유식·잔교식 활주로 등 해상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인공섬(모래매립) 조성 등을 검토했으나 사업비가 너무 많이 들어 대안에서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26일 브리핑에서 부산시의 가덕신공항 여객·화물 추정 수요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부산시가 국제선 여객이 2056년에 4604만 명, 화물은 63만t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는데, 이에 대해 국토부는 시가 실현이 불확실한 유발수요를 포함한 ‘턱도 없는’ 수치라고 비판했다. 국토부는 가덕신공항이 건설되면 2065년에 여객 2336만 명, 화물 28만 6000t 수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유발수요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국토부는 부산시가 지나치게 낮은 단가를 적용해 가덕신공항 건설 사업비를 검토했다고 주장했다. ㎥당 덤프운반비를 사타용역에서는 1만 원으로, 부산시는 2000원으로 제시했다고 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사타용역과 비슷한 9211원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토부는 이날 작정이라도 한듯 부산시가 제시한 각종 수치와 대안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동안 수십 년에 걸쳐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 반대해 왔던 국토부가 이제는 특별법에 따라 신공항을 건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자 지역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특히 국토부는 김해공항 확장사업을 할 때는 주변 3개 산봉우리를 깎아 내야 한다는 목소리에 ‘항공학적 검토’를 내세워 기술적으로 회피가 가능하다고 해 놓고, 가덕신공항 사업에서는 어떤 장애물도 있어선 안 된다고 모순된 주장을 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때는 기존공항을 확장하는 사업이고 이번에는 신공항을 만드는 사업이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박인호 신공항추진 범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인천공항에 매몰된 국토부가 피치 못하게 지어야 하는 가덕신공항과 부울경 지역민에 대해 무시하고 폄훼하기 시작했다. 들어서는 새 정부는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수도권 논리를 확대 재생산하는 항공마피아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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