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이전 등 못마땅해…” 문 대통령, 윤 향해 쓴소리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러 가지 구상과 정책 등에 대해 일일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26일 이틀간 ‘문재인의 5년’이라는 제목으로 JTBC에서 방송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 윤 당선인 측이 추진하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과 관련, “개인적으로 저는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된다”면서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인데 어디가 적절한지 등을 두고 여론 수렴도 해 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서
“대북 강경 발언도 부적절”
문 대통령은 또 “윤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선제타격을 얘기한다거나,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친다는 거친 표현을 쓰는 것은 국가 지도자로서 적절치 못한 것”이라며 “말 한마디가 대화를 어렵게 하고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 점은 윤 당선인이 북한을 상대해 본 경험이 없어서 그럴 것”이라며 “후보 모드와 대통령 모드는 달라야 한다. 빨리 대통령 모드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 차기 정부를 운영할 대통령 당선인에게 반대 의견을 내는 것 역시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는 주장을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조직이 필요한 이유가 있는데 잘 알지 못한 채 여성가족부 폐지를 하겠다고 하면, ‘좀 맞지 않는 얘기’라고 하는 게 국정운영 경험자로서의 의무”라며 “당선인이 바라는 바이니 입 닫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 왜 갈등이라고 하나”라고 강조했다.
신구 권력 간 인사권 문제로 충돌을 빚었던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 당선인은 당선인의 권한을 행사하면 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정치 도의가 있으니 임기가 정해져 있는 인사는 가급적 당선인의 의견을 들어 서로 원만하게 해결하는 게 도의상 좋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재임 5년을 정리하는 특별대담에서 출범을 불과 10여 일 앞둔 차기 정부를 일일이 비판적인 시각으로 대하는 데 대해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임기를 마무리하는 대담에서 차기 정부에 대한 덕담이나 제언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반면 현직 대통령이 차기 정부를 운영할 대통령 당선인에게 솔직하게 의견을 내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임무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