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하반기 금융기관 등과 협력해 CBDC 송금 등 실험"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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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 하반기 금융기관 등과 협력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검증한다.

한은은 27일 공개한 '2021년 지급결제보고서'에서 "올 6월 말까지 CBDC 2단계 모의실험이 완료된 이후 금융기관의 테스트용 IT시스템을 연계해 사용자 간 송금·지급이 원활한지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1단계 모의실험에서 CBDC의 제조·발행·유통·환수와 같은 기본 기능을 구현했으며, 올 1월부터 2단계 실험을 통해 통신이 단절된 상황에서의 결제, 디지털자산 거래, 국가 간 송금 등 기능을 실험하고 있다.

한은은 "국제적으로 CBDC 운영 방식 등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 실제로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설계 모델과 기반 기술들을 여러 측면에서 검증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금융·경제 환경에 적합한 CBDC 설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CBDC 도입 여부를 확정하기 전 미리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한은은 "CBDC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 준비과정을 대외에 적극적으로 공유할 계획"이라면서 "올 하반기 중 CBDC 관련 연구 결과를 정리한 종합보고서를 발간하고, 해외 중앙은행이나 국제기구 등과 정보를 교류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CBDC 도입에 대한 해외 주요국 중앙은행의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월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선수촌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지급수단으로 시범 사용하기도 했으며,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7월 착수한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1∼2년 내 CBDC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은은 이런 배경에 대해 "현금 사용이 감소하고 있어 통화시스템 작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대안으로 CBDC가 떠오르고 있다"면서 "국가 간 지급서비스 개선 측면에서도 국제결제은행(BIS)을 중심으로 활용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견제하는 역할도 기대된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빅테크 등 민간이 새로운 지급서비스를 제공하며 방대한 거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이용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개방적인 공공화폐 인프라인 CBDC를 통해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관 한은 금융결제국 전자금융부장은 "한국이 CBDC를 도입하게 된다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도입하려면 기술적 안정성을 먼저 확보한 뒤 사회적 합의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미국 등 주요국에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에 대한 규제가 구체화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다.

보관과 거래가 용이해 지급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적절한 감시체계가 없으면 소비자 보호, 사이버보안, 자금세탁 방지 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더 나아가 각국 통화 시스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의 지급 및 시장인프라 위원회(CPMI)와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는 스테이블코인에 지급 결제 관련 국제기준(PFMI)을 적용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지난해 11월 스테이블 코인 감시·감독 체계 등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내놓으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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