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전복 통해 영역 확장해 나가는 재즈에 대한 사유
재즈, 끝나지 않는 물음/남예지
‘재즈는 그냥 듣는 음악이 아니에요. 얼마나 치열한 대결인지 직접 봐야 해요. 저 친구들 보세요. 저 색소폰 연주자요. 방금 곡을 가로채서 멋대로 가지고 놀아요. 다들 새로 작곡하고, 편곡하고, 쓰면서 선율까지 들려주죠. 이젠 또 트럼펫이 할 말이 있군요. 서로 충돌했다가 다시 타협하고 그냥… 매번 새로워요. 매일 밤이 초연이에요. 진짜 기가 막혀요.’
영화 라라랜드에서 재즈 연주자로 나오는 주인공 세바스찬에게 재즈는 그냥 흘려듣는 음악이 아니다. 그의 말은 재즈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알고 능동적으로 청취해야 한층 다양한 재미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음악 외적으로 살펴본 재즈 정체성 탐색
명확한 답 찾기 힘든 복잡 미묘한 음악
재즈 보컬리스트이자 중앙대 글로벌예술학부 초빙교수인 저자는 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재즈를 이야기한다. ‘인간이 속한 언어의 세계 안에서 무의식이 만들어지듯, 음악적 언어 또한 수 세기의 전통과 관습을 통해 형성되어 왔으며, 이 세계 안에서 연주자 각자의 무의식이 형성되는 것이다. 연주자의 무의식 속에 침잠되어 있는 음악 언어들은 연주가 이루어지는 동안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연주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은 저자가 철학, 미학, 심리학적 사유를 재즈의 정체성에 접목시키고자 했던 학문적 고민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독일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재즈 비평을 소개하며 그에 대한 동의와 반박을 통해, 때로는 정신분석학자 라캉의 이론이나 린다 허천의 패러디 이론, 질 들뢰즈의 ‘프루스트와 기호들’을 인용하거나 움베르토 에코의 대중음악에 대한 분석을 빌려 재즈에 대해 사유한다.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통해 재즈에서 이원적 세계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탐색하기도 한다.
기존의 음악적 질서를 위반하고 전복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그 영역을 확장해가는 ‘재즈’는 그 어느 누구도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음악이다. 인류학자 존 스웨드는 저서인 서두에서 재즈는 다른 음악과 달리 정의 자체를 거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재즈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끝내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재즈라는 음악에 대한 나와 우리의 관습적 사고에 틈을 내어보는 것이다. 재즈의 정체성을 단지 음악 내적으로만 사유할 것이 아니라, 음악 외적으로 그 사고의 지평을 넓혀보는 것이다.’ 저자도 저술 의도를 밝히면서 여전히 재즈가 무엇인지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고 어쩌면 연구의 첫 시작점보다 좀 더 혼란스러워졌는지도 모르겠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우리는 삶을 통해 재즈를 하기도 한다. 일상의 정해진 틀 안에서 자유를 꿈꾸며, 억압된 것들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려 하고, 크고 작은 위반과 전복을 통해 끊임없이 보편에 저항하며 나만의 특별한 삶을 살아낸다.’남예지 지음/갈마바람/244쪽/1만 6000원. 천영철 기자 cy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