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민낯주의보
방역 당국이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답답했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많이들 환영하지만, 한편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코로나 감염 위험 때문이 아니다. 마스크를 쓰면 실제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마기꾼 효과’를 버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SNS에는 최근 들어 ‘마기꾼’ ‘민낯주의보’라는 태그가 자주 올라오며, 마스크를 벗기 싫은 심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인 ‘마기꾼’은 코로나19시대에 생긴 신조어이다. 그럼 마스크를 쓰면 정말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보일까.
202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템플대의 공동연구팀은 49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마기꾼 효과를 실험했다. 같은 사람으로 마스크를 쓴 사진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진을 보여 준 후 매력도를 조사했다. 남녀 모두에게서 마스크를 썼을 때 훨씬 매력도가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비슷한 실험은 영국과 일본에서도 진행되었는데 모두 마스크를 쓰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마기꾼 효과’가 실제 실험을 통해 증명된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람은 보이지 않는 영역에 대해 아름답게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의 영역을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이고 잘생긴 모습으로 떠올리게 되니 실제 모습보다 더 멋지고 매력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마스크 외에도 노트북, 카드 등 다양한 물체로 얼굴을 가린 후 매력도를 알아보는 실험도 있는데 다른 물체보다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가장 매력적이라고 조사됐다. 과거 마스크는 ‘건강하지 않다’는 신호로 인식했지만, 지금은 ‘더 건강을 지킨다’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마기꾼 효과에는 마스크에 대한 이미지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스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여전히 코로나의 위협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반가운 뉴스일 수 있다. 그러나 ‘민낯주의보’ ‘마기꾼’을 내세우며 마스크를 벗지 않겠다는 심리의 이면에는 마스크라는 가면으로 가리고 싶은 인간의 불안함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다.
이제 마스크라는 가면을 벗고 그리웠던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자. 민낯에서 피어오르는 수줍은 미소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새삼 그립다.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