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개입 땐 번개처럼 보복”… 푸틴, 서방 향해 또 으름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지원군이 되고 있는 서방을 향해 직접적인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제3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려 할 경우 “보복 공격이 번개처럼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연설하면서 “누군가 외부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개입하고 러시아가 용납할 수 없는 전략적 위협을 조성할 경우, 우리의 보복 공격이 번개처럼 빠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이와 관련한 모든 결정은 이미 내려져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우크라 무기 지원 경고
러 신형 ICBM ‘사르맛’ 주목
미국, 러 테러지원국 지정 검토
우크라 동부 병합 주민투표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이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갖고 있다”면서 “현재 (러시아 외에)누구도 그러한 수단을 갖고 있다고 자랑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자랑하지 않고 필요할 경우 그것을 사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와 관련, AFP통신은 러시아가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과 신형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인 ‘사르맛’ 등을 시험 발사해 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지구 어디든 타격할 수 있다고 알려진 사르맛은 메가톤(TNT 폭발력 100만t)급 핵탄두를 15개까지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르맛에 장착된 핵탄두의 위력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2000배 큰 것으로 평가된다.
로이터통신은 또 푸틴의 이 같은 발언이 미국을 향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맞서 미국 정부는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해당 국가에 대한 방산 수출 금지, 대외원조 제한 등 규제를 부과할 수 있다. 이런 규제 중 상당 부분이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미국과 우방국들이 취한 제재로 이미 시행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의 점령지를 강제로 병합하는 절차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등을 병합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계획 중이며 남부 헤르손의 법정화폐를 러시아 루블화로 바꾸려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네츠크, 루한스크 등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 귀속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다음 달 실시하려 한다고 라트비아에 본부를 둔 러시아어 인터넷 매체 메두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돈바스 해방’은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내세운 명분이다. 돈바스는 2014년부터 친러시아 반군이 일부 통제해 온 지역으로, 러시아는 돈바스가 우크라이나에서 분리·독립하거나 러시아에 병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러시아 당국은 자체적으로 도네츠크, 루한스크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했지만, 이 지역은 행정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속한다.
러시아는 ‘특수군사작전’이라고 명명한 이번 전쟁에서도 돈바스와 남부 해안 지역을 점령해 2014년 강제합병한 크림반도와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군이 장악한 헤르손도 주민투표를 통해 병합하는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라고 메두자는 전했다.
러시아가 돈바스와 헤르손 등 점령지에서 주민투표를 하는 것은 크림반도 병합 당시 썼던 방식이다. 러시아군에 점령당한 데 이어 주민투표를 거친 강제병합 가능성이 제기되자 헤르손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탈출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