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마음 뺏은 ‘티니핑’ 굿즈, 부모에겐 지갑 뺏는 ‘파산핑’?
국산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이 미취학 아동들에게 ‘제2의 뽀로로’라고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관련 굿즈가 불티나게 팔리며 부모들은 과도한 지출에 “파산핑”이라며 한숨을 쉴 정도다. 일각에선 동심을 이용한 과도한 상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2의 뽀로로’ 인기 끈 국산 애니
44종 피규어 다 사면 수십만 원
“동심 이용한 과도한 상술” 지적도
부산 해운대구에서 6세 딸과 3세 아들을 키우는 이한주(35·여) 씨는 다음 주로 다가온 어린이날 선물로 장난감 ‘티니핑 쥬얼하트윙폰’을 구매했다. 지난해부터 티니핑에 푹 빠진 첫째 김지윤 양은 이미 티니핑 피규어를 10개 넘게 가지고 있다. 이 씨는 피규어와 연동할 수 있는 장난감인 쥬얼하트윙폰을 약 10만 원의 가격이지만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지윤 양은 친구들과 티니핑 역할 놀이에 푹 빠져 유치원에서 돌아온 후에도 종일 티니핑 이야기를 할 정도다. 둘째인 성윤 군도 이미 수십 개에 달하는 티니핑 캐릭터 이름들을 줄줄 왼다. 이 씨는 올 3월 아이들의 간곡한 요청에 못 이겨 티니핑 뮤지컬까지 다녀왔다. 이 씨는 “아이들이 좋아해서 뮤지컬을 봤는데 어른이 보아도 내용도 건전하고 재밌어 좋은 추억이 됐다”면서도 “하지만 관련 굿즈가 유행을 과도하게 타는 것 같고 가격도 비싸 아이의 요구를 다 들어주기에는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캐치! 티니핑’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SAMG 엔터테인먼트의 TV 애니메이션으로 지난해 시즌 1이 KBS에서 방영됐고, 현재 시즌 2 ‘반짝반짝 캐치! 티니핑’이 방영 중이다. 이모션 왕국의 로미공주가 지구로 흩어진 요정인 티니핑들을 잡는다는 내용이다. 유튜브 등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시청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N차 시청’ 붐이 일면서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미취학 여자 아동들이 티니핑에 열광하면서 관련 굿즈도 덩달아 인기를 끈다.
하지만 티니핑의 종류가 많아 한 번 구매를 시작하면 결국 수십 개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파산핑’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장난감이나 인형, 옷 등의 티니핑 굿즈가 끊임없이 나오면서 부모들이 모두 사 주다가 지갑이 거덜 난다는 뜻이다. 현금을 과도하게 쓴다는 의미로 티니핑은 ‘캐시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티니핑의 종류는 로열핑 6개와 일반핑 38개 등 총 44개다. 가장 인기가 있는 피규어의 경우 개당 1만 원 정도 하는데 이를 다 모으려면 수십만 원은 족히 드는 셈이다. 특히 어린이날을 앞두고 티니핑 굿즈 품귀 현상까지 일어나며 인터넷에서는 웃돈 거래가 이어지기도 한다. 인당 4만 원에 달하는 티니핑 뮤지컬’ 티켓도 표가 없어서 중고장터에서 활발히 거래되기도 한다. SNS에서는 티니핑을 놓고 “애증의 티니핑들, 이 작은 피규어가 왜 이리 비싼지 제조사가 원망스럽다” “가격이 사악하지만 아이가 좋아하니 어쩔 수 없다”는 등의 부모들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상술이라는 지적도 있다. 황보승윤 부산소비자연맹 팀장은 “최근 일부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굿즈, 의류 등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며 “특히 팬심을 이용한 과도한 상술과 경제관념이 부족한 어린이와 청소년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