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 가상화폐 받는 ‘스테픈’ 입소문 타고 이용자 급증
최근 걷기만 하면 가상화폐를 받을 수 있는 앱 ‘스테픈(STEPN)’이 일일 이용자 수 30만 명을 넘기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직접 사용해 보니 짧은 시간 동안 적지 않은 가상화폐를 벌 수 있었지만 초기 투자 자금이 200만 원에 달하는 데다 수익 구조와 불법 여부에 대한 우려도 있다.
호주의 한 업체가 만든 스테픈은 올 2월 국내에 출시된 앱으로, ‘운동하고 돈 버는 앱’으로 불린다. 앱 이용자가 200만 원 상당의 운동화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구매하고 걷기나 달리기를 하면 10분당 약 7만 원을 벌 수 있다.
호주 업체, 2월 국내 출시한 앱
하루 순수익 5만 2500원 정도
초기 200만 원 투자·수익 구조
일종의 다단계 우려 목소리도
게임물관리위, 불법 여부 조사
스테픈은 최근 입소문을 타고 이용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스테픈 공식 트위터에 따르면 글로벌 일일 이용자 수는 올 3월 10만 명에서 4월 기준 약 40만 명으로 늘어났다. 스테픈 한국 공식 카페에도 1만 4000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취재진이 체험해봤다. 먼저 스태픈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앱 내에서 사용되는 신발을 구매해야했다. 28일 기준 가장 저렴한 신발의 가격은 15.5 솔라나(SOL)로, 한화 약 200만 원에 달했다.
구매한 신발을 장착하고 약 10분간 운동을 하면 GST(그린 사토시 토큰)라는 가상화폐를 받을 수 있다. 200만 원 상당의 신발로 하루 동안 벌 수 있는 GST 코인은 8.7개 정도로, 7만 3500원 수준이다. 이렇게 획득한 GST 코인을 다시 솔라나 코인으로 변환해 거래소로 보내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운동을 하고 나면 신발의 내구성이 떨어져 수리비로 코인 2.5개를 지불해야한다. 여러 절차를 거치면 하루 순수익은 5만 2500원 정도가 남는다. 신발 갯수, 레벨, 능력치 등에 따라 획득 가능 코인 갯수는 달라진다.
짧은 시간 동안 꽤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다 보니 일각에서는 다단계의 일종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 21일 스테픈 앱이 게임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현행 게임법은 게임물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할 수 있는 게임을 ‘불법 게임물’로 정의하고 있다. 조사 결과 스테픈 앱이 게임에 해당되면 등급 분류 결정 취소(게임 삭제) 조치도 가능하다.
부산 동래구에 거주하는 서 모(30) 씨는 “일단 투자한 사람들은 코인 가격에 신경을 써야해 불안할 것”이라면서 “초기 투자자들이 보유 코인을 대량으로 팔면 뒤늦게 투자한 이용자들이 큰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