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싸움에서 법리 싸움으로… ‘검수완박 공방’ 전선 확장
검찰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소위 ‘검수완박’ 입법을 둘러싼 여야 공방전이 법리 싸움으로 전선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서 제안한 국민투표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거웠다.
28일 0시 임시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검수완박 법안의 한 축인 검찰청법 개정안 반대를 위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자동 종료됐다. 사실상 국민의힘 측이 입법 추진을 막을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가운데 국민투표와 헌법재판소의 효력정지 가처분 여부가 변수로 등장했다.
국민투표·헌재 효력정지 가처분 여부 변수로 작용
선관위, 국민투표법 일부 조항 효력 잃어 ‘불가’ 입장
국힘, 국민투표 실현 위한 보완 입법·여론전 돌입
민주 “초헌법적 발상… 법률, 투표에 부치는 것 아냐”
30일 검수완박 표결 처리·내달 3일 본회의 의결 방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현행법상 성사 가능성이 작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에도 검수완박 찬반 국민투표 카드를 강행할 태세다. 선관위는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의 국민투표법 일부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2014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잃어 국민투표를 위한 투표인 명부 작성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민투표를 실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날(27일) 국민투표를 직접 제안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28일 오전 인수위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법적으로 보완을 하는 것이 가장 빠르지 않겠는가”라며 “투표인 명부 문제인데 그 문제만 정리하면 입법이 어려운 건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국민투표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선관위의 견해에 대해서는 ‘월권’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국민투표의 실현을 위한 보완 입법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당 회의 뒤 “인수위 측과 소통해 당에서 지원이 필요한 게 있으면 재외국민에 대한 부분은 즉각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투표 띄우기 여론전에도 들어갔다. 이날 오후 국민의힘이 주최한 ‘검수완박 vs 부패완판’ 범국민 토론회도 같은 맥락이다. 황도수 건국대 교수는 토론회 주제발표에서 “헌법 제72조는 국민투표 대상을 단순히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사항’이 아닌 ‘정책’으로 규정한다”며 “국민투표가 국정 결정을 위한 절차라는 점을 명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초헌법적 발상’이라며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국민투표 관련 보완 입법을 추진하더라도 쉽게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당선인이, 인수위가 검찰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선언적인 발언”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당 회의에서 “헌법 72조를 보면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외교 국방 등과 관련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지, 법률을 투표에 부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법리 공방을 벌이며 여론전을 펼치지만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분리 입법 레이스는 의도대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면서 민주당은 30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한 뒤 나머지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같은 절차를 거쳐 5월 3일 본회의에서 의결할 방침이다.
검수완박 입법 완료 예정일(5월 3일)이 현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 날과 겹쳤는데 민주당 지도부는 국무회의 시간을 조정하는 등 일정 조율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