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 부산 최장수 건설명가’ 남흥건설, 남다른 기술로 사업다변화·해외개척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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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냉동창고 건축부터 시작한 남흥건설은 산업단지·도로 건설 등 토목사업과 KNN 센텀 신사옥(투시도)·송도 메리어트 호텔 등 건축사업 등에서 잇달아 성공하며 지역 대표 건설회사로 자리잡았다. 문태경 대표는 다문화가족 지원(아래쪽) 등 사회 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남흥건설 제공 1969년 냉동창고 건축부터 시작한 남흥건설은 산업단지·도로 건설 등 토목사업과 KNN 센텀 신사옥(투시도)·송도 메리어트 호텔 등 건축사업 등에서 잇달아 성공하며 지역 대표 건설회사로 자리잡았다. 문태경 대표는 다문화가족 지원(아래쪽) 등 사회 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남흥건설 제공

1969년 냉동창고 건축으로 시작한 남흥건설은 한 때 “우리나라 냉동창고 절반을 남흥에서 지었다”는 말이 돌 정도로 부산 대부분의 냉동창고를 지었다. 남흥건설의 창업주인 (故)문정규 대표는 서울대 건축과 출신으로, 당시 우리나라에서 단 세 명뿐인 건축사였다. 냉동창고 건설은 무선주파수인식(RFID) 등 전문기술이 필요한 대형 사업이다.

냉동창고는 부산의 해양수산업의 근간을 이룬다. 냉동창고가 있어야 수출입 화물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콜드체인 클러스터 산업이 발전한다. 부산이 아시아태평양의 거점 해양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냉동창고 덕분이다. 기술 선두기업인 남흥건설이 부산에서 냉동창고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냉동창고 건축 국내 최고 기술력 자랑

특급호텔·리조트·산단으로 영토확장

전체 회사 직원 80%가 ‘기술 보유자’

몽골·카자흐스탄·아프리카까지 진출


냉동창고 건축의 최고 기술력을 가진 남흥건설은 한 분야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1987년 일찍이 기술개발부를 신설하고 사업영역의 다변화를 꾀했다. 주거, 의료, 근린생활시설, 산업단지조성, 플랜트 등 다양한 건축사업과 토목사업에 뛰어들었다.

2006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문태경 대표는 고난과 도전의 시절을 창업주의 믿음으로 견뎠다고 회상했다. 문 대표는 “아버님이 일궈놓은 회사를 망칠까,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전전긍긍하며 10년 동안 많은 실수를 반복했다”며 “손해가 100억 원에 달하기도 했지만, 아버님은 실수에 단 한 차례도 간섭하지 않고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가치를 중요시하는 나를 믿고 기다려주셨다”고 말했다.

남흥건설은 냉동창고에서 이제 특급호텔까지 짓는, 소위 ‘못 짓는 게 없는’ 건설회사가 됐다. 토목사업으로는 △용당(항공 MRO)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반룡일반산업단지조성공사 △덕천(화명)~양산시(덕천IC~화명IC) 도로 건설을 담당했다.

건축사업으로는 △KNN 센텀 신사옥 △영광 문화예술회관 △김해 강일병원 △대구 메리어트 호텔 △송도 메리어트 호텔 건립 등 주거부터 근린생활시설, 의료시설까지 셀 수 없이 많다.

국내 최고의 냉동창고 단열 공법을 아파트 공사에 접목해 난방비 절약과 화재사고 방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 기술을 사용해 2018년 기장 에코펠리시아 아파트를 지었다.

최근에는 부산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동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해운대비치CC&리조트를 남흥건설이 지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마냥 문어발식 사업확장은 아니다. 전체 직원의 80%가 기술자일 만큼 탄탄한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후배 기업을 위해 묵묵하게 길을 닦고 있는 중이다.

최장수 선배 기업답게 남흥건설은 쉬운 길 대신 후배 기업을 위해 어려운 길을 택했다. 우리나라 건설회사로서는 최초로 서아프리카로 눈을 돌린 것이다. 전체 교민이 40명도 채 되지 않는 서아프리카의 작은 미지의 나라를 개척해냈다. 이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SOC사업은 축소되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내수시장만을 바라보고 앉아있을 수 없다는 문 대표의 빠른 판단 덕이다.

몽골과 카자흐스탄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아파트와 냉동창고를 건설했다. △몽골 골든빌 아파트 신축 △카메룬 직업훈련원 신축 △보스니아 3차 병원현대화 EDCF 신축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공화국의 수도 프리타운시에서 시청사 복합행정센터를 시공했다. 부산의 중소건설사가 아무도 개척하지 못한 낯선 땅의 시청사를 건립하게 된 것이다. 2012년부터 시작했던 해외진출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부산을 넘어 세계를 개척하는 남흥건설의 기업 정신은 사회공헌에서도 빛을 발한다. 서울대 동문 부자(父子)답게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까지 똑 닮았다. (故)문정규 창업주가 부산광역시 근대 5종 바이애드론 경기연맹 회장을 역임하면서 비인기 스포츠를 후원했던 것처럼, 문태경 대표도 한국프로복싱연맹 회장직을 맡으며 후원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문 대표는 ‘남을 지키고, 남을 구하는 것이 곧 나를 구하는 것’이라는 신념 하에 부산의용소방대 연합회를 이끌고 있다. 다문화가족 모임, 국제인형극회 등도 꾸준히 후원하며 지역을 향해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있다.

문 대표는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없어도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분이 많다. 시간을 일부러 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기부이자 봉사라 생각한다. 남흥건설은 부산에서 냉동창고를 지으면서 지금까지 성장해온 우리 지역 기업이므로 항상 지역에 봉사해야 한다는 마음을 되새긴다”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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