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영화의전당’을 시민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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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문학평론가

수영강가에 자리 잡은 ‘영화의전당’은 다양한 콘텐츠의 상영과 관람을 위해 건립된 다목적 시설이다. 기본적으로 영화관이고 연극 극장이기 때문에, 영화의전당은 각종 영화와 연극 작품이 공연되는 장소여야 한다. 동시에 그곳은 시네마테크의 기능을 이어받은 아카이브이어야 하고, 부산국제영화제를 개최하고 운영하는 본부 역할을 해야 하기도 한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운영하려는 목적 하에 이 건물이 기획된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그 막대한 비용을 오직 부산국제영화제만을 위해 투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영화의전당은 관광 명소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부산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 일을 즐긴다. 소위 말하는 그곳을 배경으로 ‘인증 샷’을 찍고 부산의 ‘뷰 포인트’로 이해한다. 어떠한 시민들은 그 앞에서 수영강을 보면서 거닐거나 간단한 탈것을 타기도 한다. 넓은 공터가 있는 만큼 좁은 공간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상영·관람 위한 특별한 다목적 공간

관광객 ‘인증 샷’ 명소로 잘 알려져

하지만 정작 시민에겐 여전히 낯설고

지역민과 유리된 공간이라는 느낌 강해

이 시설 있어야 하는 진짜 이유 찾아야


그럼에도 부산 시민들에게 영화의전당은 낯설다. 그 안을 방문하여 내부 시설을 이용하고 영화나 연극을 보는 일은 그다지 일상적인 일은 아니다. 시민들에게 영화관이라고 하면 영화의전당 앞에 있는 멀티플렉스가 더 익숙하고, 공연장이라고 하면 문화예술회관이나 시민회관이 더욱 가깝다.

영화의전당이 시민들에게 친숙하지 않다고 하면, 운영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증거를 문서로, 파일로 제공한다. 사실 그러한 문서와 파일을 열람할 때마다 적지 않게 놀라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영화의전당은 부산국제영화제 업무 이외에도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그 점은 절대 부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러한 자료와 근거를 알고 있다고 해도, 결국 영화의전당은 시민들과 여전히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영화 관련 전공자들이 희귀 필름을 볼 수 있고, 특정 소수 관객들이 특별한 영화를 찾아 즐길 수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영화의전당은 낯설다. 비단 홍보가 미흡해서거나, 직원들이 잘못해서가 아니다. 시네마테크라는 점을 감안하고 동등한 위치에 운영되는 시설과 비교하면, 부산 영화의전당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유치 실적과 관객 동원력을 보이는 사실도 부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낯설다는 전제는 변하지 않는다. 영화의전당은 시민들과는 유리된 공간이다. 어떤 이들은 시네마테크의 기능을 겸하고 있는 만큼 영화의전당은 어쩔 수 없는 공간일 수밖에 없다고 변호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조용하고 번잡하지 않은 지금 이 상태가 좋은 것이 아니냐고 반론하기도 한다. 현 시점에서 만족하는 사람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소수의 이용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그 공간은 아주 멀리 있을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간혹 나 자신에게도 묻곤 한다. 세상에 그러한 공간이 하나쯤은 있어도 좋은 것은 아니냐고. ‘영화하는’ 사람이 조용히 자신만의 특권을 누리고, 북적이는 일반 관객들을 피해 사색하고 발견하고 행사에 참여하는 공간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이내 다시 생각을 고쳐먹는다. 있을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그렇게 있어여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리고 영화의전당이 시민들에게 한발 다가가기를 바란다. 적자를 메우려고 본연의 업무 이외의 일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제는 영화의전당을 부산시민들에게 돌려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 공간은 영화 전문가나, 특별한 소수 관객이나, 조용한 방문자들만의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때만 수영강가 그 좋은 부지에, 이 건물이 있어야 하는 진짜 이유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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