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균형발전 위해서라도 부산에 해사법원 꼭 유치해야”
최재원 법무법인 시우 부산 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시우의 최재원(41) 부산 대표 변호사는 최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부산변호사회 국제상임이사로서 해사전문법원의 부산 유치를 매듭짓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경남, 울산변호사회와 힘을 모아 해사법원의 부산 설립을 요구하는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서로 다른 지역의 변호사회가 연합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최 변호사는 “지역에 해사법원이 없다 보니 지역 선사들이 국제적 소송이나 분쟁에 휘말리면 낯선 해외로 나가 불리한 위치에서 법정 공방을 벌여야 한다”며 “비용과 시간 모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억울하지만, 손해를 감수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부산변호사회 국제상임이사 맡아
해사법원 설립에 경남울산도 힘모아
지역 유능한 변호사 국제적 활약 기대
현재 영국, 싱가포르, 홍콩 등에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해사전문법원이 설립돼 있다. 학계는 이렇게 해외로 유출되는 법률 관련 비용만 연간 3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본다. 해사법원이 설립된 곳에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가 몰려들고 각종 연구기관이 들어서는 것을 고려하면 부가가치는 훨씬 커진다.
최 변호사는 부산이 국내 해사법원 설립의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해사법원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항구도시에 대부분 설립됐다”며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이 아닌 다른 곳에 해사법원이 들어서면 당위성을 잃을뿐더러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이 유치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최 변호사는 “해상 물동량 등 절대적 수치로 비교해도 인천에 비해 부산이 월등히 앞서지만,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부산이 돼야만 한다”며 “법률시장에서도 수도권 쏠림 현상은 이미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0년 전 변호사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다”며 “이 속도로 집중화가 10년만 더 진행된다면 부산은 물론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는 국제적 사건을 유능하게 처리할 변호사들이 얼마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사법원의 부산 설립은 이러한 흐름을 뒤바꾸기 위한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고 최 변호사는 주장했다.
서울대를 졸업한 뒤 로스쿨 도입 첫해 전북대 로스쿨에 들어간 최 변호사는 변호사 시험 합격 이후 미국 로펌과 검찰청에서 근무하며 국제적 감각을 쌓았다. 전북대 로스쿨을 선택한 것도 중국법에 특화돼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최 변호사는 지역에서도 국제적으로 활약하는 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해내고 싶다. 역량을 가진 지역 인재들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계속 활동하길 바라는 마음도 갖고 있다.
그런 뜻에서 최 변호사는 최근 모교인 전북대를 찾아 법전원 후배들을 위해 써 달라며 1000만 원의 발전기금을 기부했다. 그는 평소에도 법조인의 꿈을 키워가는 청년들에게 멘토링을 자처해왔다. 최 변호사는 “어려운 환경에서 학업을 이어 나가는 후배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부했다”며 “남몰래 기부하려 했지만, 선한 영향력은 널리 알려야 한다는 주위의 말에 기부 소식을 알리게 됐다”고 전했다.
글·사진=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