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남방정책’은 발전적으로 계승되어야
김홍구 부산외국어대학교 총장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윤석열 당선인은 주요국에 대한 정책협의단을 파견함으로써 본격적인 외교 행보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미 4월에 우리의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일본에 정책협의단을 파견한 바 있다. 한국의 대미 관계와 대북 공조 체제를 확고히 하고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마도 다음 행보는 중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우리나라 무역의 약 25%를 차지하는 제1의 경제 파트너이며 대북 문제에도 중요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가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당선인의 그다음 외교 행보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 근래 언론에서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외교 파트너가 있다. 바로 아세안(ASEAN)이다. 아세안은 문재인 정부에서 신남방정책을 천명한 이후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펼쳤던 지역이다. 그 결과로서 양자 간의 무역 및 인적 교류의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신남방정책은 과거 정부의 강대국 위주 외교정책과는 차별화된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외교정책으로서 의미가 크다. 이는 세계 6위의 군사력과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중견국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외교정책을 펼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중견국 외교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아세안만큼 중요한 지역은 없을 것이다. 외교·안보적 측면에서 아세안은 중국의 세계 진출 전략의 시작점에 위치하며,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교차하는 지역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중요성은 아세안이 중심이 된 다자회의에 세계 강대국들을 끌어모으는 구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아세안은 6억 2000만 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코로나 사태 이전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나타낸 지역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아세안은 그 중요성이 매우 큰 지역이 되었다. 외교·안보적 측면에서 아세안은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낼 수 있는 출구로서 중요하다. 아세안이 주도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유엔을 제외하고 남북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국제협의체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아세안은 점차 레드오션화되는 중국 시장을 대처할 새로운 무역 및 투자처로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에게 아세안은 이미 중국에 이어 제2의 무역과 투자 파트너이며 인적교류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진영 논리와 관계없이 이전 정부가 잘못한 것은 고치고, 잘한 것은 계승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 중 계승 발전시켜야 할 부분은 단연 ‘신남방정책’이다. 적극적인 대 아세안 외교정책은 우리나라의 국익 추구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중견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외교적 위상을 구축해 가는데에도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머지않아 11월에는 아세안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아세안 국가들이 새롭게 출범한 한국 정부의 대 아세안 정책에 높은 관심을 가질 회담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윤석열 정부가 아세안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신남방정책’을 계승 발전시킬 것이라는 의지를 명백히 표명한다면, 향후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신뢰 관계는 한층 강화될 것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