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위기? 대규모 투자·M&A로 해법 찾는다
국내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 면에서 단일기업으로는 최대인 삼성전자가 최근 주력사업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위기론이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와 M&A(인수합병) 전문가 영입 등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51조 639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을 부문별로 보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속한 DS부문이 65.3%로 가장 높았고, 디스플레이 사업을 뗀 반도체 사업 비율은 56.6%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반도체사업부가 벌어들인 셈이다.
2021년 이후 주가 상승률 -14%
세계 주요 기업 중 유일하게 부진
파운드리 사업, 만년 2위 탈피 못 해
전문가 영입 등 적극적 대응 필요
하지만 이 반도체 사업에서 최근 위기론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이 2021년부터 2022년 1분기 누적 주가 상승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미국의 엔비디아 108%, 대만의 TSMC 14%, 미국의 인텔 2%로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마이너스 14%를 기록했다. 이 업종에서 전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 중 삼성전자만 부진을 보인 것이다.
이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의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문제와 점유율 정체, 모바일 AP(앱 프로세서) 점유율 하락 등과 무관치 않다.
파운드리 수율의 경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최첨단 4나노(nm·10억 분의 1m) 공정의 수율 확보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수율 문제로 미국 퀄컴이 당초 삼성전자에 맡기려고 했던 3나노 공정의 차세대 AP 위탁생산을 대만 TSMC에 맡겼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선 글로벌 1위이지만 파운드리 사업은 만년 2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 전문 시장 조사 기관인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TSMC의 올해 시장점유율(매출 기준)은 지난해보다 3%포인트(P) 오른 56%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8%에서 2%P 하락한 16%로 전망했다.
모바일 AP 분야의 경우 점유율이 반토막 났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2019년 12.0%에서 2020년 9.7%, 지난해 6.6%로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4월 30일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 선포식에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세계 1등에 오르겠다”고 밝혔지만 그 핵심인 파운드리와 모바일 AP의 부진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일단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시설투자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48조 2000억 원이었는데 이 중 반도체 부문 시설투자가 90.3%(43조 6000억 원)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2030년까지 총 171조 원을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20조 원 규모 파운드리 공장도 올해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부터 생산을 시작할 방침이다. 또한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반도체 M&A 전문가 마코 치사리를 영입했다. 일부에선 삼성이 중점 투자해오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의 유망 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증권가 관계자는 “바닥을 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이나 지지부진한 파운드리 사업의 반전을 위해 의미있는 인수합병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복권이 이뤄져 경영활동에 대한 제약을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5월 8일 석가탄신일 사면·복권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