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소화 불량·잦은 짜증 동반 금주·산책 등 규칙적 생활 필요 비타민D 결핍도 우울증과 연관 조기 발견 후 적극적 치료 중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난 2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자가격리를 마친 A(51·여) 씨는 두 달이 넘도록 피로감과 무기력감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 종일 몸이 축 처져서 천근만근이고 매사에 의욕이 없는데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귀찮게 느껴진다. 어떤 일에도 흥미가 붙지 않고, 우울한 기분도 들면서 밤에 잠이 오지 않거나 한숨을 내쉬는 일이 잦아졌다.

정부의 코로나19 거리두기 전면 해제와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조치로 일상 회복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라 ‘코로나 블루’라 불리는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고신대학교복음병원 가정의학과 최종순 교수로부터 코로나 블루의 진단과 치료 등에 대해 들어봤다.

불면증·소화 불량·잦은 짜증 동반
금주·산책 등 규칙적 생활 필요
비타민D 결핍도 우울증과 연관
조기 발견 후 적극적 치료 중요

코로나 이후 우울위험군 5배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병원을 찾은 우울증 환자는 83만 7808명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6년(64만 3102명)과 비교해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환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약 2배 정도 많았고, 연령별로는 20대(16.9%), 60대(15.8%), 50대(14.5%) 순이었다. 특히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8년 3.8%이던 우울위험군은 5차 대유행 때인 2021년 12월 18.9%까지 늘어났고,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4.2%에서 13.6%로 증가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일상의 평온이 무너지면서 우울감과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 같은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나도 감염병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모임을 자주 갖지 못하고 외출을 못해서 생기는 답답함과 심리적 고립감, 영업 규제 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로 인한 분노감과 불안감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 블루와 같은 우울증에 걸리면 생활에 지장을 줄만큼 우울감이 지속되며 신체적, 정신적, 행동적 변화가 수반된다. 평소보다 잠이 안 오고, 잠들더라도 중간에 깨는 등 불면증이 생긴다. 또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면서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코로나와 관련된 뉴스를 계속 보면서 불안에 떨게 되고, 평소 늘 하던 일이 하기 싫어지고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코로나 블루가 해결되지 않고 점차 길어지면 신경이 날카로워져 툭하면 서로 비난하고 짜증을 내면서 다툼이 잦아지거나 업무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커피 줄이고 햇빛 많이 쬐야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생활 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숙면을 위해서 카페인을 줄여야 한다. 사회적 규제로 인해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하루에 커피를 마시는 횟수가 더 늘었다고 한다.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오전에 한 잔 정도가 좋다. 녹차, 코코아, 청량음료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으니 주의해야 하며, 캐모마일이나 따뜻한 우유를 마시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수면 전에 따뜻한 물로 샤워하거나 반신욕을 해서 체온을 올렸다가 침대에 누우면 체온이 떨어지면서 잠이 잘 오게 하는 ‘스탠포드 수면법’도 도움이 된다. 자기 전에 야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면 안 된다. 특히 알코올 기운에 기대 잠을 청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술을 마시면 잠을 자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깊은 잠에 빠지지 않아서 결국 다음 날 더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야식의 경우도 포만감 때문에 잠을 잘 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위식도역류질환 등 소화불량으로 숙면을 취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와 함께 낮에 햇빛을 보고 산책하는 활동이 적어도 30분에서 1시간은 있어야 한다. 최종순 교수는 “사회적 규제로 야외 활동이 줄다 보니 햇빛을 보는 시간도 줄었는데, 이로 인한 비타민D 결핍은 우울증과 연관성이 있다”며 “실제로 환자들의 혈액을 검사해보면 코로나 확산 전에 비해 비타민D 수치가 대부분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감 심할 땐 적극 치료를

기질적으로 예민한 성격을 가진 이들은 특히 코로나 블루에 취약하다. 이들은 뭔가 잘못될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에 작은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쁜 뉴스가 있으면 과도하게 걱정을 한다.

코로나 블루와 같은 우울증은 생활 개선으로 상당 부분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중중의 경우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서 약물 복용 등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울증은 다양한 치료방법이 있다. 항우울제를 이용한 약물 치료, 정신상담치료, 광치료, 전기경련 요법, 경두개자기자극법이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이중 약물치료가 가장 널리 사용된다. 우울증 환자의 80~90%가 성공적인 치료가 가능하며 이전의 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우울증은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재발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우울증을 혼자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치료하겠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최 교수는 “우울증 환자는 끝이 없는 터널에 갇힌 것처럼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고 스스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우울증은 증상이 아니라 질병이라고 생각하고 치료하면 대부분이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