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성공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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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원 폴리컴 대표

며칠 뒤면 대통령에 취임하는 윤석열 당선인은 앞선 대통령들과 매우 다른 경로를 거쳤다. 정치입문 과정 없이 시대적 상황에 의해 혜성처럼 등장했던 대선 주자들이 있다. 1987년 정주영, 2007년 문국현, 2012년 안철수가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대권에 실패했다. 윤석열만 유일하게 성공했다. 이 때문에 우려와 기대감이 동시에 상존한다. 검사 경력이 거의 유일한 정치 신인 대통령에 대해 몇몇 우려가 있다.

우선 대통령은 최종 판단하는 사람이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민주정 국가의 지도자는 동서를 막론하고 대부분 적어도 10년 이상 정치 경험을 한 이들이다. 정치적 경험은 이론 학습으로 길러질 수 없는 다양한 상황 변수를 터득하고 협상력과 설득력, 조정력을 키운다. 여러 경우의 수와 예기치 않은 결과에 대비한 신중함도 기른다.

며칠 뒤면 윤석열 새 대통령 취임
정치 무경험, 기대와 우려감 상존

‘법대로’ 이전에 상대와 숙의 중요
검찰 경험에 지나친 의존은 금물

선출된 지도자의 성공, 쉽지 않아
소통 강화로 한계 극복 노력해야

대통령의 판단 하나가 국가 명운을 좌우하기에 선택과 결단에 고도의 진중함과 통찰력이 필요하다. 평화로운 시기엔 관리형 리더십으로 가능하지만 국내외적으로 대전환기엔 지도자의 경륜이 더욱더 요구된다. 정치 신인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집무실 이전은 이런 일환으로 보인다. 집무실 이전이 단지 상징성을 넘어 실제로 효과를 내려면 이에 걸맞는 실행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대통령은 통치자다. 윤석열 당선인은 법조인 출신이다. 법은 원칙의 세계이고, 통치는 정답이 없는 변칙의 세계다. 법의 유연성은 법 적용에 국한되지만 통치의 유연성은 경계와 제한이 없다. 해롤드 니콜슨은 <외교론>에서 선교사, 광신도, 법률가 스타일을 최악의 외교관으로 꼽았다. 외교에 필요한 융통성과 유연성은 통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떤 국가 지도자도 정해진 길을 걸어온 적이 없다. 신념에 경도되고 원칙만 고수하는 사고로는 통치도 외교도 그르친다.

윤석열 당선인이 줄곧 외쳐 온 법치는 엄밀히 따지면 형용모순 용어다. 원칙적인 법률과 유연한 창의성이 필요한 통치는 서로 모순된다. 그래서 법치주의와 법률주의를 잘 구별해야 한다. 법치주의는 법의 공정과 평등한 적용,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 집행의 엄정함과 투명성이 보장되는 법의 지배다. 법률주의는 법의 내용과 집행 방식을 묻지 않고 모든 것을 ‘법대로’ 하는 지배다. 법률주의 강화는 합법적 독재를 불러온다. 민주주의에서 법치보다 중요한 건 정치다. 통치는 고도의 정치 행위다. ‘법대로’ 이전에 매사 충분한 숙의 과정이 있어야 하겠다.

대통령은 대표 정치인이다. 이명박 정부 실패의 주요한 원인은 여의도식 정치에 대한 지나친 불신과 경계 때문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개국공신’인 고 정두언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실패 이유로 기업가 출신의 공공성 부재와 권력의 사유화를 꼽았다. 대한민국은 입법, 행정, 사법이 엄격하게 분립된 민주공화국이다. 밉든 곱든 국회의 견제를 받지 않으면 권력은 사유화되고 독선과 독단에 빠진다. 여의도식 정치는 국회의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정치의 본질적 문제다.

국가 정책은 일방적이지 않다. 반드시 이익을 보는 쪽과 손해를 입는 쪽이 생긴다. 관료는 현실로 접근하고 청와대는 정치적 목적에 경도된다. 이는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역대급 규모와 권한의 ‘청와대 정부’로 정치적 신념에 집착하며 현실을 무시하다 각종 정책 실패를 야기했다. 이를 지켜본 차기 대통령 윤석열은 청와대를 대폭 축소하고 내각 중심의 국정 운영을 예고하고 있다. 규모 축소는 이해되지만 우리 현실에 기반한 조정이 있어야 한다.

착각하면 안 되는 게 과거 군부 정권의 행정조직은 군사조직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지만 민주주의가 강화된 지금은 다르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인 일레인 카마르크 하버드대 교수는 <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에서 행정조직 관리 미숙을 정책 실패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아무리 좋은 인재를 장관에 앉혀도 행정조직 관리와 정책 실행을 제대로 관장하지 못하면 실패한다. 청와대가 비대해 문제지만 너무 작아도 안 된다.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선출된 지도자는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 야당의 견제와 언론의 비판, 시민사회의 반대, 관료들의 무사안일, 생각이 다른 국민의 이해와 요구에 늘 부딪히기 때문이다. 모든 결단과 선택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도 않는다. 더구나 우린 극단적 진영화로 뭘 해도 합리적 논의보다 진영 논리에 휩싸인다.

이 모두를 극복하는 방법은 귀를 열고 소통하는 수밖에 없다. 자칫 측근에 둘러싸이거나 검찰총장 시절의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우린 또 한 명의 실패한 대통령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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