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 오른 인사청문회, 의혹 소명한 뒤 국정 맡아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윤석열 정부의 첫 내각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일 시작됐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 6명의 청문회가 열렸다. 전체 후보 19명 중 16명에 대한 청문회가 이번 주에 열리게 된다. 오는 10일 새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차기 내각이 출범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청문회 일정이 촉박하다. 게다가 하루에 후보자 여러 명을 대상으로 청문회가 진행돼 부실한 검증이 우려된다. 하지만 국민 정서상 용인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의혹을 사는 후보가 다수 눈에 띄는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춘 철저한 검증이 요구된다.

새 정부 내각, 흠결 있는 후보자 여럿
국민 눈높이서 철저한 검증 이뤄져야

2일에 이어 3일에도 인사청문회가 잡힌 한 총리 후보자는 총리와 주미대사 등 고위 관직을 두루 거친 과거 경력으로 대형 로펌에서 거액의 고문료를 받은 이해충돌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원 국토부 장관 후보는 교통규칙 위반 사실이 수십 건 있으며, 제주지사 시절 사저와 관련한 여러 의혹도 제기됐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의 경우 자녀 의대 편입 논란 등 수많은 의혹에 대해 떳떳하다는 태도로 일관한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도 가족 모두 특정 장학금을 받아 특혜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이 몇몇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일부 후보들에 대한 국민의힘 내부의 반대론이 나왔을 정도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능력에 중점을 둔 인선을 하는 바람에 주위 지인과 전문 관료 출신의 국무위원 후보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내각 후보자 발표 때 널리 인재를 구하지 못해 도덕성은 물론 개혁성과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빗발친 이유다. 이 때문에 1주일 후 야당이 되는 더불어민주당은 “대부분 후보자가 퇴장감이므로 ‘송곳 검증’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얼마나 철저한 검증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민주당의 모든 화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에 쏠려 있어서다. 또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간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가 34명이나 돼 깐깐한 청문회를 위한 명분이 떨어진다.

그렇더라도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에 대한 여야의 엄정한 검증은 필요하다. 새 정부 출범에 발목을 잡으려는 청문회나 의도적인 일정 지연은 곤란하지만, 부적격 후보를 가려내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국민 눈높이에 크게 벗어난 인물을 대충 통과시킬 순 없지 않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정부부처 수장의 도덕적 권위나 청렴성이 없으면 힘 있는 추진이 어렵고, 결국 실패로 귀결될 공산이 큰 까닭이다. 따라서 각 후보는 의혹을 말끔히 소명한 뒤 국정을 맡겠다는 자세로 청문회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다. 윤 당선인은 “부적합 인사로 드러날 경우 국회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그 말을 잊지 않고 공정과 상식에 맞는 인선을 펼치기 바란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