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인프라’ 취약한 동래·연제구, 이유 있는 ‘열섬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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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화명 등의 신도시 아파트촌은 녹지와 하천 등 일명 ‘그린 인프라’를 잘 갖춘 덕에 기온 하락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동래·연제구와 서면~부산역 일대의 주거·상가 지역은 그린 인프라가 취약하고 기온도 높아, 향후 기후변화 적응이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2일 부산연구원이 발표한 ‘그린 인프라 공간분석을 통한 부산시 기후변화 적응성 강화 방안’에 따르면, 부산은 도심 구간별로 그린 인프라 비중이 1% 늘면, 지표면 온도가 평균 0.1도 떨어졌다.

부산연구원 기후변화 적응 방안
하천·습지 등 녹색공간 1% 늘면
평균 지표면 온도 0.1도 떨어져
해운대·정관·명지·화명신도시
계획적 녹지대 조성 효과 ‘톡톡’

이번 조사는 부산을 가로세로 100m의 격자 구간 8만 377개로 나누어 구간별로 진행됐다. 미지질조사국·미항공우주국·국내 기상청 데이터 등을 분석해 구간별 그린 인프라 비중과 지표면 온도 변화 등을 추출했고, 방대한 데이터 분석엔 딥러닝 기술을 활용했다. 국내 기후변화 연구에선 처음 시도되는 조사 방식이다.

이를 통해 2019년과 2020년 4~6월 오전 11시 측정된 부산의 8만여 개 격자 구간의 지표면 온도는 17.8~36.0도였다. 도심 시가지 중에선 그린 인프라 비중이 20% 이상 되고 지표면 온도도 낮은 그린 인프라 우수 지역이 2526개였다. 대부분 해운대·정관·명지·화명 신도시 등 계획적으로 조성된 아파트 밀집 지역이었다. 이들 지역의 평균 온도는 26.4도였다.

반면 그린 인프라 취약 구간은 1849개였다. 그린 인프라 비중이 2.5% 미만이고 지표면 온도도 높은 곳들이다. 녹산산단, 금사공단, 감만부두 일대 등 공단 지역 외에도 동래·연제구와 서면~부산역 구간 등의 주거지나 상업 지역도 포함돼 있다. 이들 지역의 평균 지표면 온도는 34.3도였다. 그린 인프라 우수 지역과 8도 이상 차이가 난 셈이다.

특히 동래구와 연제구는 대부분 구역이 그린 인프라에 취약했다. 두 구의 그린 인프라 비중은 주거지역이 7.7%, 상업지역은 5.3%에 불과했다. 평균 지표면 온도는 모두 31.9도였다. 부산 전체 평균 온도(주거 29.7도, 상업 31.1도)보다 각각 2.2도, 0.8도가 높다. 그린 인프라와 도심 열섬 현상의 연관성이 확인된 것이다.

서면부터 부산역까지 이어지는 주거·상업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해당 구간의 그린 인프라는 주거 지역이 9.6%, 상업 지역이 9.5%였다. 지표면 평균 온도는 각각 31.4도와 31.8도로, 부산 평균보다 각각 1.7도, 0.7도 높았다.

부산 전체 격자 구간의 온도 분포와 온도 변화를 종합해보면, 그린 인프라 비중 1% 증가가 지표면 온도 0.1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번 연구는 녹지와 습지, 가로수 등 도심 내 녹색 공간이 기온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수치화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보고서를 작성한 부산연구원 여운상 연구위원은 “그린 인프라를 늘리는 건 부산시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후변화 적응 방안”이라며 “공원은 물론 바람통로, 가로수, 빗물정원, 옥상녹화 등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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