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전 ‘서방과의 전쟁’으로 프레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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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오는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전승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서방과의 전쟁’으로 프레임을 새롭게 짜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러시아 지도자들과 국영 선전매체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러시아와 서방간의 광범위한 전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크렘린궁과 러시아 국영 언론들은 자국을 ‘서방의 희생자’로 묘사하며 “서방이 궁극적으로 러시아를 억제하거나 심지어 파괴하려 하며, 핵 공격 가능성을 포함한 보복에 대해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초면 파리도 핵 타격 가능”
러, 유럽 공격 시뮬레이션 방송
영국 “90초면 모스크바 전멸” 대응
러, 2차 대전·우크라전 유사성 부각
자국 ‘서방의 희생자’로 묘사

실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서방 전체를 향해 날을 세우는 모습은 최근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의 인기 시사 프로그램 ‘60분’에서는 유럽 주요 도시를 핵무기로 공격하는 시뮬레이션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방송에서 앵커 올가 스카베예바는 러시아의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에서 핵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독일 베를린까지 106초, 프랑스 파리는 200초, 영국 런던은 202초가 걸릴 것이라고 언급하며 자료 화면을 보여준 바 있다.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2일 영국 런던 지역지 ‘이브닝 스탠더드’의 국방 담당 편집자인 로버트 폭스는 영국 LBC 라디오에 출연해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은 90초 내에 (핵공격을 받고)전멸할 것”이라고 함께 날을 세웠다. 덴마크와 스웨덴에서는 러시아 정찰기가 영공을 침범해와 발트해까지 긴장이 확대됐다. 1일 AFP 통신에 따르면 양국 정부는 러시아 정찰기가 지난달 29일 밤 발트해에 있는 덴마크의 보른홀름섬 동부 지역 영공을 침범한 데 이어 스웨덴 영공에도 침입했다고 밝혔다. 정찰기가 영공을 침범하자 덴마크 공군 F-16 두 대가 즉시 출격했다. 덴마크는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국이며, 스웨덴과 핀란드는 이달 나토 가입 신청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프레임 설정과 관련, WSJ는 특히 러시아가 이달 9일 전승절을 앞두고 2차 대전과 우크라이나 전쟁 간의 유사성을 부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경제적 지원을 러시아에 대한 위협으로 정의하는 푸틴 대통령에게 있어, 전승절은 대중을 결집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2차 대전은 소련 인구 약 2700만 명이 숨진 엄청난 시련이었다. 사실상 모든 러시아인 가족에 영향을 미친 사건이다. 푸틴 대통령은 2차 대전을 이용해 애국주의를 북돋고 자신의 입지를 강화해왔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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