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맺기의 고민 ‘원’으로 풀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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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례 개인전 ‘INTERACTIONS’
6~19일 갤러리 청사포 전시
‘空’ 주제로 한 추상작품 선봬

최례 '空-453,452'. 작가 제공 최례 '空-453,452'. 작가 제공

‘空(빌 공)’은 세상 모든 것을 포함한다. 또 그 무엇도 없이 비어있다.

최례 작가는 개인전 ‘INTERACTIONS’를 통해 ‘공’을 주제로 한 추상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6일부터 19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갤러리 청사포에서 열린다. 작가는 중앙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중국 북경 중앙미술학원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 작가는 전통 수성목판화와 동양화 기법을 이용한 회화 작업을 한다. 수성목판화는 물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딱딱한 목판과 부드러운 물이 만난 수성목판화는 동양화 같은 깊고 부드러운 화면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단순해 보이는 원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십 번 찍고 말리기를 반복한다”고 했다.

최 작가의 ‘공’은 단순한 이미지인 원으로 표현된다. 원은 하나의 점에서 시작한 부드러운 곡선이 처음의 점까지 도달해 형태를 이룬다. 모난 부분 없이 완벽한 하나의 형태를 만든다. 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또 원과 원이 존재하는 화면 안에서, 그 화면이 존재하는 공간 안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최례 '空-449'. 작가 제공 최례 '空-449'. 작가 제공

최 작가는 원을 그리고 만들고 조각하고, 색을 올리고, 여백을 구성하고, 공간 안에 다시 배치한다. 작가는 이 일련의 과정을 마친 작품을 ‘미완성’이라 부른다. 그는 “관객들과 원의 만남, 관객과 공간의 만남이 작품의 나머지를 완성한다”고 이야기한다.

최 작가는 둥근 원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자신을 돌아본다. 원과 원의 관계, 원과 원의 사이와 경계, 이미지의 표면과 그 너머의 이면에 대한 고민을 작업에 풀어낸다. 이것은 작가에게 자신과 자신의 관계, 자신과 타인의 관계, 타인과 타인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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